어제까지 발사체 세상바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北NLL 침법 선거 전후로 조용조용하더니...
장교교육이 무너져서? 사회도 성찰필요
군인은 공무원이지만, '무관(武官)'으로서의 자각과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없다면 생계형 공무원과 다를 바 없다. 대한민국에는 무관의 호연지기가 필요할 것 같다.
지난 11일 국방부는 기자들에게 문자공지로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ICBM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예상대로 매우 빠른 태세전환이다. 그동안 탄도미사일보다 발사체란 용어를 써가면서 애둘러 말하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결과 하루만에 바뀌었으니 극초음속미사일처럼 빠르다.
대통령선거 하루 전인 8일, 어민 등으로부터 북한어선과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사실을 제보받았다. 합동참모본부 등은 언제나 그랬듯 침묵이었다. 군 당국이 선거를 의식했는지 '엠바고'를 걸었다는 사실은 보도 이후에나 알게됐다. 군당국은 다음날 신속히 월선자들을 북으로 돌려보냈다. 여러 의혹 정황이 제기됐지만 알 길이 없어졌다.
'보여지는 평화'가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는 것을 군인이라면 알텐데 국방부는 그러했다. 거대 양당의 입장에 따라 군인들이 안보라는 춤을 추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군 상층부의 선배 군인들은 세상풍파에 물들어 자신의 안위를 쫓아간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기백을 펼쳐야 할 청년군인들도 '세상에 꺼릴 것이 없는 크고 넓은 도덕적 용기'인 호연지기와는 멀어지고 있다.
육군사관학교와 육군 제3사관학교를 각각 졸업해 유명유튜버로 활동 중인 예비역 대위 2명이 최근 한자리에 앉아 '장교교육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 적이 있다. 이들의 대화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육사 일부 훈육관 등이 신입생도 부모님과 밴드를 통해 생도의 일상을 꼬박꼬박 알려준다던가, 일부 신입생도 부모들이 무리한 부탁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군인의 호연지기를 기르는 것과는 동떨어진 일이다.
이어지는 '육사 장교 5년차 전역신청 역대최다', '비사관학교 출신 5년차 전역도 막아'등의 주장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뜻을 가지고 군을 선택한 청년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군인으로서 자부심과 장래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원인일지 모른다.
며칠전, 4학년 생도 졸업식 예식에 참석한 육사 1학년 생도가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에 생도예복 차림의 사진과 함께 "졸업식 축하드리긴 하는데 왜 저희가 개고생을 해야하죠...?"라는 글을 올렸다. 예전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경솔한 행동을 한 개인의 잘못이다. 그렇지만, 이런 자질을 가진 생도가 입학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사회교육의 문제일 것이다. 사관후보생 과정에서도 유사한 문제들이 일상다반사로 벌어진다.
인구는 줄어들고, 사회교육은 배금주의(拜金主義)에 빠져있다. 임관 정족수를 채우겠다고 품질관리 없이 불량품을 포장해버리면, 베트남전쟁 당시 양민을 학살한 미 육군 윌리엄 캘리 중위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은 무관의 관직을 물리고 무초야로 돌아가도 무관의 기개를 지키는 시대는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상무정신(尙武精神)까지는아니더라도 상무정신(常武精神)만큼은 무관으로써 평생 이어가야 나라가 살 수 있지 않을까. 첨단무기와 막대한 병력으로 지도자의 입에 맞는 보고만 했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무의미한 희생만 맛보고 있다. 군의 상층부와 정치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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