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시선 신경쓰지 않고 과감하게 구입하는 '덕후'
포켓몬스터부터 빨간머리앤까지 성인 덕후들 마음 흔드는 상품에
유통가 판매실적 신바람
알록달록한 캐릭터 협업 상품에 열광하는 '덕후'들로 유통가가 웃고 있다. 덕후는 특정한 무언가에 열중하는 마니아를 뜻한다. 최근에는 24년만에 포켓몬빵이 출시되면서 어린이에서 성인이 된 포켓몬 덕후들이 빵을 싹쓸이 해 이목을 끌고 있다. 성인이 캐릭터 상품을 소비하는 일이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면서 유통가의 실적까지 캐릭터 덕후들이 뒤흔들고 있다.
13일 SPC삼립에 의하면 포켓몬빵의 판매량이 350만개를 돌파했다. 지난달 24일 출시된 이후 매주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첫 주에 150만개, 그 다음 일주일 동안 200만개가 팔려나갔다.
포켓몬빵은 24년만에 재출시 된 빵으로, 빵과 함께 포켓몬스터 캐릭터 스티커인 '띠부띠부씰'이 들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들은 포켓몬빵의 주 고객층을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라고 말한다. 어린시절과 달리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성인 고객들이 빵을 사재기 하면서 SPC삼립 직영몰 판매페이지에는 "돌아온 포켓몬빵 시리즈 제품의 주문량 폭증으로 안내 드린 기간 내 발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표기가 붙었다.
유통업계를 흔든 캐릭터는 포켓몬스터뿐만이 아니다.
CU는 '쿠키런:킹덤' 컬래버 시즌2 상품 11종을 이달 중순까지 순차 출시한다. 2013년 출시된 모바일 게임 '쿠키런'은 아기자기한 캐릭터 디자인과 쉬운 조작으로 전연령대에 걸쳐 사랑받고 있다. CU가 컬래버한 시리즈는 '쿠키런:킹덤'으로 지난해 2월 출시된 후 2억회에 가까운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
CU는 지난해 10월 시즌1 상품으로 빵 5종과 디저트 3종을 출시하고 각 제품에 쿠키런 띠부띠부씰을 넣었다. 쿠키런 팬의 호응에 힘입어 출시와 동시에 CU 빵 카테고리 1위에서 5위를 모두 차지했으며 단 5일만에 해당 카테고리 매출을 전월 대비 33.5% 끌어올렸다.
세븐일레븐은 일본에서 1979년 제작돼 방영된 애니메이션 '빨간머리 앤' 캐릭터가 그려진 쇼핑백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빨간머리앤은 수많은 브랜드, 상품과 협업을 진행했는데, 출시와 함께 준수한 매출을 올리는 효자 캐릭터다. 뉴트로가 유행하기 시작한 2019년 무렵부터 활발하게 컬래버를 진행한 빨간머리앤은 30~40대 여성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문구 상품을 주로 유통하는 핫트랙스에 13일 현재 등록된 빨간머리앤 관련 상품은 800여 개가 넘는다.
캐릭터 상품 협업 열풍은 키덜트족의 등장과 '덕후 문화(팬덤 문화)'와 관련이 깊다.
2010년대 들어 등장한 키덜트족은 성인의 연령임에도 캐릭터 상품, 장난감, 게임 등 과거 어린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상품을 소비하는 이들을 뜻한다. 타인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좋아하는 상품이라면 아무리 고가여도 주저없이 구입하기 때문에 유통업계는 물론 수많은 업계가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더해 비슷한 시기 등장한 '덕후 문화'는 1990년대 일본에서 '오타쿠'라는 이름으로 넘어온 후 변화를 거듭해 현재에 이르러서는 '특정한 무언가에 몰입하고 때로는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것'으로 변했다.
키덜트 문화의 보편화와 IT기술의 발전, SNS·온라인 커뮤니티의 성장 등은 이른바 스스로 '덕후'라고 칭하는 이들의 활동을 장려하는 결과를 낳았다. 남의 시선을 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구입해 수집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랑하는 일련의 활동은 그 자체가 놀이에 가깝다.
실제로 9일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은 8곳의 편의점을 돌아 포켓몬빵을 구입했다며 이를 SNS에 공유했다. 포켓몬빵을 구입한 이들은 구입하기 어려운 포켓몬빵을 자신이 구했다는 사실과 빵에서 나온 띠부띠부씰을 자랑하기 위해 SNS 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활발하게 게재하고 있다. 13일 오후 12시 현재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포켓몬빵'으로 올라온 게시글은 2만 8432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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