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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오찬호 해제/이언숙 옮김/민음사

 

대학 졸업자의 취직률은 바닥을 기고, 구직을 핑계로 노는 젊은이도 여럿이다.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두 명의 현역 세대가 한 명의 고령자를 부양하게 될 날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방사능이 누출된 원자력 발전소라는 골칫덩어리도 해결해야 한다. 일본의 청년이 마주한 현실은 이처럼 암울하기만 하다. 사회를 지탱하는 생활 기반이 서서히 썩어 문드러져 가는데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일본의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책에서 이 기묘한 행복의 기원을 추적한다. 2011년 내각부의 '국민 생활 만족도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열도는 충격에 휩싸인다. 20대의 70.5%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2010년 시점)고 답했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일본의 세대 간 격차는 더욱 심각해지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구성된 현역 세대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등의 우울한 전망만을 쏟아냈는데 이와 상반되게 일본 젊은이들의 생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NHK방송문화연구소의 '일본인 의식 조사', '세계 청년 의식 조사', '중학생·고등학생의 생활과 의식 조사' 등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2000년대에 가까워질수록 일본 젊은이들의 행복도가 상승했다. 저자는 행복 뒤에 감춰진 불안감을 발견해 낸다. 젊은이들의 생활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참조한 '국민 생활에 관한 여론 조사'에서 2010년 기준 20대의 63.1%가 "평소에 생활하면서 고민이나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것. 절반 이상의 젊은이들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면서 동시에 '불안하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이유는 뭘까.

 

책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됐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20대의 생활 만족도가 상승했던 시기가 불황이라고 하는 '어두운 시대'일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동 조사에서 20대의 생활 만족도 추이를 살펴보면, 1980년대에는 거품경제가 붕괴하기 직전인 1985년에, 1990년대에는 옴진리교 사건과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이듬해인 1996년에, 2000년대에는 '격차사회론'이 빈번하게 논의된 2006년도에 생활 만족도가 절정을 이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은 "이제 젊은이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는 생각을 믿지 않는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건 그저 끝나지 않는 일상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시 말해, 인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384쪽. 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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