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돌아오는 4월 첫째주 금요일은 '예비군의 날'이다. 예비군 훈련 유공자를 보고하던 십수년 전이나 기자를 하고 있는 지금이나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예비군이나 예비전력이 중요하다는 말은 하지만, 실상은 그냥 때되면 하는 예비군훈련이고 예비군의 날일 뿐이다.
4년전 예비군의 날에 동원전력사령부가 창설됐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예산 대비 0.3~0.4% 에 머물러 있는 예비전력 예산을 1%대로 올리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예비전력은 퇴보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3자리 수에 머물러 있던 2020년 예비전력 최후의 보루인 비상근 예비군의 소집을 전면 취소했다. 예비군의 역량에 기대야 할 동원부대들은 전시대비를 할 여유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상근 예비군의 소집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지난해도 소집은 1회성 단발로 끝났다. 동원부대의 위관급 실무자와 병들은 전시동원 준비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없었다. 올해도 비상근 예비역의 소집은 무서운 확장세를 보이는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수차례 연기됐다.
누구보다 먼저 나라를 위해 피흘릴 예비군의 첨병들인 비상근 예비군들과의 신뢰 유지를 위해, 군 당국은 최소한의 소통 노력을 보여야 했다. 3년 가까이 이어져온 군 당국의 우유부단함과 무신경은 비상근 예비군들에게 불신만 쌓이게 했다. 예비군의 날 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고 진정성이 있겠는가.
동원전력사령부는 창설 이후, 한번도 비상근 예비군을 위한 기념행사를 제대로 연 적이 없다. 대한민국 예비군의 90%이상을 담당하는 육군도 무심하긴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올해는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직접 비상근 예비군 1명에게 참모총장표창을, 3명의 비상근 예비군에게는 감사패를 수여했다. 예비군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국방부 동원기획관실도 4월 1일 예비군의 날 행사를 화상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성난 비상근 예비군의 '군심'은 이걸로 풀리지 않을 듯하다.
국방부는 2020년 모범예비군에게 표창 등을 수여하는 예비군의 날 행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그 많은 수상자 중에 전시에 피를 흘릴 진짜 예비군은 단 1명뿐이었다. 대다수는 정부 공무원과 군무원, 미담사례를 만들기 좋은 동원의무가 없는 명목상의 예비군들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고 군과 지역사회는 '푸틴과 러시아 나쁘다'는 정도의 생각이 일반적일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처럼 그 뿌리가 같은 적을 상대해야 한다. 그들은 러시아보다 더 국제법을 지키지 않은 안하무인이다. 더욱이 접경지역은 서울에서 불과 수십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발생한 동부의 돈바스 전쟁에서 러시아로부터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 적은 수의 병력을 가진 우크라이나는 예비전력을 정예화했고 도시지역의 통합방위 태세를 강화했다. 한국 정규군보다 좋은 장비를 가진 일선급 예비군들이 시민군을 교육하고 지역방위를 이끈다. 민간인인 시장도 군복을 입고 총을 든 모습이 보인다.
반면, 한국은 예비군을 담당하는 동원부대와 지역방위부대는 혐오의 대상이다. 그 부대들이 들어섰을 때는 인적이 없는 곳이었건만 개발논리와 표에 굶주린 정치인들이 합세해 부대를 몰아낸다. 39사단은 창원에서 함양으로 그리고 부산의 53사단도 부산외곽의 어느 산으로 내몰릴 예정이다. 통합방위본부장인 시장과 국방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씁쓸한 기분을 떨추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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