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의 상상력으로 21세기 도시를 예측했던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다. 당시 동아일보에서 연재한 기획물 '미래에 산다'(1976년 7월 30일자)는 21세기의 도시계획을 비교적 상세히 표현했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21세기에는 고층 건물들과 그 건물들의 옥상을 연결한 도로, 그리고 각 건물과 도로에서 직접 전력을 공급받는 운송수단이 등장한다. 주거, 상업, 여가 공간의 배치는 지금의 현실보다 더욱 입체적이고, 도로를 비롯한 간접자본 시설이 거리와 시간을 초월하여 지역 불균형을 해소한 이상적인 도시를 그려내고 있다.
현실은 어떤가? 당시 예측은 일부 실현된 것도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기에는 요원하거나, 방향성이 아예 바뀐것들도 있다. 무엇보다 기사가 쓰여졌던 반세기 전에 쓰던 건물들 태반이 여전히 남아있기도 하다. 그 이유는 과학기술의 문제보다는 당시에 고려하지 못한 현실의 복잡한 부동산 권리관계와 주기적으로 바뀌는 정책의 방향성, 민간자본과 공공의 투자 경합 구도 때문이다. 이제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하는 일괄적인 대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현실의 도시를 항공사진으로 살펴보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개발된 지역, 개발해야 하는 지역,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채 방치되고 있는 지역이다. 투자자들은 그 중 재건축, 재개발의 수지가 맞는 지역에 몰린다. 하지만 현대 부동산 시장에서는 개발 호재의 대부분이 검토, 발표, 실행의 단계마다 이미 거래가격에 반영돼 있고, 사회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무주택자, 소상공인 복지 및 사회적 시선과 같은 자본 외 요소들로부터도 두루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여간해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시장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소액투자자들도 재개발, 재건축이 놓치고 있는 다른 방식의 도시재생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재개발이 보류된 지역이 다른 방식의 발전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반세기 전에 건설된 홍제동의 유진상가는 낙후된 시설을 리모델링해서 공공기능과 더불어 인근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종로 익선동은 오래된 것들에 대한 감성을 상업화하여 새로 태어난 케이스이다. 성수동의 오래된 공장들은 간단한 조명 등 최소한의 인테리어 공사만을 거쳐 카페, 공방 등으로 탈바꿈한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이는 재건축 지역 중 건물 한 동을 그저 기념삼아 존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초기에는 당초 대규모 시행을 검토하다가 소규모 건물주들의 분열이나 사업성 결여로 좌초되었을 때 흔히 겪는 '각자도생'식 개발이었지만, 높아진 소비수준에 개인 투자자들이 부응하여 이루어진 개별적인 도시보존방식이다. 경제적으로도 대형 개발호재가 있는 대단지세대의 재건축 아파트나 재개발지역에 비하면 먼저 올랐는지 나중에 올랐는지의 차이일 뿐, 그 상승폭은 재개발에 못지 않은 셈이다.
반세기전의 예측과 달리 현재 도시의 발전상은 결코 획일적이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도시계획을 선도하는 부분은 일부이지만, 나머지 상당 부분은 과거의 모습을 최대한 간직한 채 나름의 발전을 도모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모든 정보가 지체없이 부동산에 반영되는 효율적 시장(efficient market)으로 다가갈수록 투자 방향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 즉, 한정된 지역에서 단순히 저평가된 매물을 찾는 것은 매우 희박한 확률이다.
그래서 여지껏 부동산을 판단해왔던 요소들인 교통, 상권, 학군 등에 지나치게 얽매이기 보다는 오히려 후 순위로 밀린 지역으로 눈을 돌려서 리모델링, 인테리어에 투자를 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개인투자자로서는 오랫동안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지역일수록 나름의 정취가 있는지, 특수한 상권을 갖춘 지역인지를 검토했을 때, 가치상승의 여지는 더욱 커진다. 그 이후에 혹여라도 개발호재가 생긴다면 장기적인 보너스가 되는 셈이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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