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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규제' ILO 협약 발효 초읽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기획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부터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오는 20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이 발효되면서 '친시장 정책'을 선언한 윤 당선인의 이른바 '윤석열노믹스'도 시작부터 파열음이 예상된다. '반시장', '반기업'이 주된 정책이었던 현 정권의 시대를 끝내고 기업하기 좋은환경을 기대했던 재계의 기대감도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산업 현장에서도 자칫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ILO 핵심 협약' 4월 20일 발효 둘러싼 우려

 

이번에 발효되는 ILO 협약은 29호(강제 노동 금지), 87호(결사의 자유),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장려) 등 세가지다. 우리나라는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핵심협약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며 4개를 비준했다. 이후 20년 가까지 추가 비준 없이 지내던 중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2020년 12월 국회에서 3개의 비준안이 통과됐다. 이어 지난해 4월 20일 ILO에 비준서를 기탁하며 비준 절차를 완료했다. 비준서 기탁 1년 뒤인 다음달 20일 발효된다.

 

본격적으로 ILO 핵심 협약이 발효되면 국내법의 지위를 획득함과 동시에 법 체계상 신법(新法)이어서 후법(後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기존 국내법보다 우선해서 적용된다. 특히 협약과 관련된 제소 등이 발생할 경우 ILO 내 각 위원회의 판정을 받아야 하고, 그 결과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상위법으로 작동한다.

 

문 정부에서 ILO 핵심 협약 8개 중 7개를 비준하면서 경쟁국인 미국(2개)·중국(4개)·일본(6개)보다 앞서는 모습이다. 문제는 단순 수치만 보면 '노동권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한국 노사관계를 선진화시킬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변화된 부분은 없다. 우리나라는 2019년 WEF 평가에서 141개국 중에서 130위를 기록할 정도로 노사관계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노사정 간 충분한 의견조율과 합의없이 ILO핵심 협약이 발효되면 향후 협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며 국내 노사관계와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는 87호와 98호의 비준을 위해 지난해 7월 시행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경우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노조의 단결권을 강화했다. 반면 사업장 내 주요 시설 점거를 금지하거나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해 달라는 재계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투쟁적이고 비타협적인 성향이 강한 상황에서 해고자와 실업자까지 노동운동에 합세할 경우 산업 현장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서 열린 '차별없는 노동권, 질좋은 일자리 쟁취'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산업현장 경쟁력 악화 현실화되나

 

ILO핵심 협약 발효와 함께 우리 나라 산업 현장에 불러올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단체교섭이나 파업·태업 등 단체행동은 근로조건과 관련될 경우만 가능했지만 ILO협약이 발효되면 정치파업이나 정책 또는 경제파업도 가능해 진다. 사실상 단체행동권을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심의 다이제스트를 보면 순수 정치파업, 즉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위한 파업과 같은 행동을 제외한 모든 파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계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 기업의 부담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노동계가 파업을 결정한 뒤 생산시설을 멈추면 그 피해는 고스란이 회사에 돌아가게 된다. 반면 기업에는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직장 점거를 금지하는 등의 방어권을 주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ILO 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정에 앞서 선진국처럼 방어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경영계는 노동조합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돼 노사관계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경총은 1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ILO 핵심협약 국내 적용 개시에 따른 문제점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2020년 12월에 개정된 노조법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등 노조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달 20일부터 발효되는 ILO 핵심협약 제87호, 제98호, 제29호의 내용이 추상적인 탓에 우리나라의 현행 노조법 규정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제98호 협약 제4조에는 정부가 노사의 자발적 교섭을 위한 매커니즘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도의 내용만 담겨 있는 반면 국내 노조법은 교섭 창구 단일화와 교섭 원칙 등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경총은 "ILO 핵심협약이 발효되면서 현행 노조법이 지나치게 노동계 편향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노동계가 노조법상 근로자의 정의 규정을 확대 해석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근로자성과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사용자성 등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총은 "ILO 핵심협약 발효로 교섭 질서 혼란과 분쟁 확대도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가 노조를 만들고, 핵심협약을 근거로 기업에 단체 교섭을 요구하거나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단체교섭 요구 사항으로 제시하는 등 산업 현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총은 노동계가 노사관계 문제를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제소해 국제 이슈로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경총은 "ILO 핵심 협약 발효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내법 적용 원칙을 확립하고, 노조법 추가 개정을 지양하며, 사업장에서 핵심협약의 자의적 해석을 바탕으로 한 무리한 요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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