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율 낮다고 군의 기본을 버리지 말자.
군간부의 상식과 품격의 상실...더 암울한 미래
군간부는 병을 이끄는 모범이자, 군의 역량을 가늠하는 표준이다. 그런데 39만에 육박하는 병력(2021년 기준)을 지닌 육군은 간부들의 역량과 상식이 퇴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 주 수요일 군관련 정보를 나누던 지인이 기자에게 자신이 다니는 학교 전경 사진을 건냈다. 의미를 알기 힘든 '학군사관후보생(ROTC)' 모집 홍보물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우린... 간부잖아...'라고 쓰여진 서강대학교 학군단 모집문구는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점점 줄어드는 지원율을 의식해 관심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그렇지만, 장교로서의 미래와 비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장기복무에 선발되지 않거나, 소령진급이 되지 않으면 중·단기 복무로 끝나는 '국방비정규직'을 7급공무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집 홍보물을 본 현·예비역 장교들은 자조적이거나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육군 학생군사학교에서 사관후생들을 양성했던 예비역 장교는 "이미 끝난 상황이다. 지원율은 곤두박질 치고 있어, 쪽수채우기에 급급하다"면서 "일부 학군단에서는 이탈방지를 위해 '학생이니 경험만'이라는 논리로 훈육과 교육을 느슨하게 해왔다"고 귀띔했다.
학군사관후보생을 비롯해 육군의 장교 92%가 양성되는 학생군사학교 지휘부의 무능과 훈육철학 부재는 서강대 학군단 모집 홍보물처럼 장교단의 위신과 체통을 깎아내리는데 일조한 것 같아 보인다. 비슷한 시기 육군 장교 출신의 유튜버 '캡틴 김상호'도 '학군단ROTC는 망했습니다...(ROTC 사상 최대 미달난 상황... 직업군인 희망자 필독)'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을 본 대다수도 학군사관후보생과 육군 장교과정 전반의 총체적 부실화를 우려했다.
장교의 자질과 대민신뢰 하락은 육군의 중추인 부사관으로 이어진다. 미 육군은 부사관을 장교와 병을 이어주고 조직 전반을 받쳐주는 척추뼈로 묘사한다. 미 육군뿐만 아니라, 선진 군사강국들은 부사관을 군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일선의 전문가로 높게 평가하지만, 한국 육군에는 먼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군인의 기본이라는 '제복의 명예'와 '준법정신'을 취재하던 차에 육군 부사관 한 명이 기자에게 대뜸 "저기요. 저 아세요"라는 페이스북 메세지를 보내왔다. 군의 전통과 예의를 병들에게 가르쳐야 할 부사관으로서 매우 경박한 행위다. 응대하지 않으니, 이번에는 어떻게 기자의 휴대전화로 줄기차게 문자 메세지가 날아든다.
육군 간부들이 민간인인 기자의 연락처를 알아내고, 친구한정으로 비공개했다가 삭제한 게시물을 찾아내 자기 말만 쏟아내고 빠지는 행위를 뭐라고 생각해야 할까. 거쳐야 할 정훈공보계통은 빼놓고 말이다. 언론인이면서 예비역 육군 소령인 입장에서 부사관이 군의 선배이자 예비역 장교에게 '저기요'라고 가볍게 던지는 육군의 문화는 경박하게 느껴진다.
반라의 몸을 군복을 통해 자랑하는 것이 육군의 새로운 문화라면 무조건 나쁘다 할수 만은 없다. 육군의 '헬스뿜뿜'이라는 이벤트가 이런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육군은 올바른 군복착용을 규정해둔 상위법령인 '군인복제령(대통령령)'과 국방부의 각 훈령들을 위배하고도 당당해하는 문화가 군간부 사이에 만연해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라도 병을 이끄는 간부는 준수해야 한다. 육군 간부들이 상식이 있다면 선 규정준수, 후 규정개선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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