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이 지난 21일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하며, 서울시내에 축구장 20개 크기의 공원·녹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그린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에 녹지가 생기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공원 조성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날 서울시가 공원·녹지 구축 장소로 지목한 종묘~퇴계로는 타 지역보다 그린 인프라가 풍부한 곳이기 때문이다. 시는 이 일대가 서울도심에서 가장 낙후돼 변화가 시급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댔다.
시가 도심 재정비를 통해 연트럴파크(3만4200㎡)의 4배가 넘는 14만㎡ 규모 녹지를 만들겠다고 밝힌 종묘~퇴계로 일대의 경우 동-서로는 청계천과 함께 만들어진 선형 공원이, 남-북으로는 종묘와 남산이라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거대 녹지가 자리해 있다.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이 작년 발간한 '서울시 지역사회 건강 프로파일'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해당 지역이 속한 종로구는 녹지 지역이 전체의 46.7%(11.204km²)에 달한다. 2019년 기준 1인당 생활권공원면적은 18.9㎡로, 서울시 평균 5.7㎡를 한참 웃돈다.
반면, 금천구는 녹지 지역이 전체 면적의 1.2%(0.151km²)에 그친다. 1인당 생활권공원면적은 1.6㎡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꼴찌다. 녹지뿐 아니라 문화불모지이기도 한 금천구의 지역박탈지수는 6.34로 서울 전 자치구 중 가장 높다.
지역박탈지수는 자동차 소유 가구 비율, 고등학교 졸업 미만 교육 수준을 가진 인구 비율, 낮은 사회계층에 해당하는 인구 비율 등을 종합해 나타낸 지수로 정의된다. 지역의 빈곤 수준과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자원 결핍 수준을 가늠케 하는 지표로 이용된다. 지역박탈지수가 양의 값이면 숫자가 커질수록 박탈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참고로 종로구의 지역박탈지수는 1.30으로, 금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시내 자치구 녹지 비율, 1인당 생활권공원면적, 지역박탈지수 등의 데이터가 가리키는 낙후 지역은 따로 있는데 오 시장은 종묘~퇴계로 일대가 서울에서 변화가 가장 시급한 곳이라고 한다.
왜일까. 시장의 나와바리(세력 공간)가 서울 전역이 아닌 사대문 안 도심과 강남으로 좁혀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오 시장은 지난 21일 "여러분은 서울 도심, 그리고 강남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시나요? 저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강남 같은 곳을 거닐다 보면 '야, 정말 이 도시계획이 잘못돼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할 기회가 저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는 말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 기자설명회의 포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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