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단지 고(故) 이건희 회장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50년 기업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닦고 경쟁력을 확대하면서, 삼성전자가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개척자이면서 '퍼스트 무버'로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도록 이끌어왔다.
대표적인 목표가 '반도체 비전 2030'이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메모리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R&D와 생산 인프라에 13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반도체 생태계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투자액을 대폭 늘리며 목표 실현을 본격화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파운드리다. 파운드리는 비메모리 반도체 주문 제작 산업으로, 모바일 시장이 대폭 성장하면서 중요성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2019년 684억달러에서 2021년 896억달러로 커졌고, 공급난까지 야기할 정도로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현재 10%대 후반으로, 업계 1위인 대만 TSMC에 비해선 여전히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있다. TSMC가 오랜 기간 파운드리에 집중하며 폭넓은 수주처를 확보해왔던 만큼, 삼성전자가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팽배하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미 기술적으로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발 빠르게 EUV 공정을 적용한 덕분에 5나노 이하 양산을 선제적으로 성공했고, 글로벌 주요 팹리스들에 수주를 받아 이미 수년간 실적을 모두 채운 상태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초격차'를 벌리고 나설 예정이다. 하반기부터는 TSMC에 한 발 앞서 3나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TSMC보다 한 발 앞선 '선단 공정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메모리 '초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14나노 D램과 7세대 V낸드를 통해 기술적인 격차를 입증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수율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미 안정화 상태임을 밝히기도 했다. 12나노대 D램뿐 아니라 수나노대 공정까지도 성공적으로 개발 중으로 알려졌다.
시스템LSI 부문에서도 삼성전자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은 갤럭시 전용 칩을 만들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엑시노스를 갤럭시 스마트폰에 더 최적화해 개발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AMD와 협업해 SoC 역량을 확대해왔던 만큼, 차세대 모델에서는 더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반도체 부문에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 20조원을 투자한 신규 파운드리 팹이 순조롭게 착공했고, 평택 반도체 캠퍼스도 차세대 공정을 속속 도입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특히 하반기 완공을 앞둔 평택 P3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으로 차세대 삼성 반도체를 이끌어갈 거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16년 연속 세계 1위인 TV 사업도 굳건하다. 삼성전자 TV 점유율은 지난해에도 약 30%로, 2위와 격차를 2배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QLED TV에 이어 미니 LED TV인 네오 QLED TV까지 승승장구하면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40% 가량 점유율을 차지했다.
올해에는 새로운 프리미엄 라인업 'QD OLED'까지 출격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QD OLED는 OLED 패널에 퀀텀닷 필터를 추가한 제품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OLED TV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발빠르게 LCD 생산 라인을 전환하면서 추격에 속도를 붙이고 나섰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 세트 사업은 'DX 부문'으로 통일, 모바일과 가전 연결성을 높이는 '갤럭시 생태계' 확보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갤럭시 생태계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등 모바일 기기 뿐 아니라 가전까지 하나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 IoT 전략으로, 이미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전을 '따로또같이' 쓰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한 상태다.
이밖에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제시한 네트워크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8년 이후 직접 글로벌 핵심 인사들을 만나 5G 장비 수주전에 나섰으며, 최근에는 6G 백서를 발간하는 등 차세대 통신 시장까지 선점하고 나섰다. 이미 여러 특허와 기술력을 확보하며 경쟁력을 높인 상태로 기존에 시장을 점유하던 중국을 제치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역시 삼성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래 주요 산업인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업체로, 일찌감치 전폭적인 투자 속에서 세계 최대 CMO로 거듭났다. 최근 들어 잇따라 최대 실적을 새로 쓰며 시가 총액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한 상태.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다시 인수하면서 경영 안정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도 다시 대폭 높이는데 성공했다.
지속 가능성, ESG 경영에서도 삼성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찌감치 다양한 사회 공헌으로 사회 안전망 확보에 기여해왔으며, 이재용 부회장은 '동행' 비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CSR 비전 '함께가요 미래로! 인애이블링 피플'을 통해 청소년 교육과 협력사 상생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지구를 위한 갤럭시'를 선언하고 제품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를 위해 여러 공장에서 '탄소 발자국' 등 친환경 인증을 취득했으며, 폐어망을 재활용한 플라스틱 등 재활용 소자를 대폭 확대하며 환경 보호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솔라셀 리모컨은 전세계 산업계도 주목하는 성공 사례로 자리잡기도 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의 변수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사법리스크' 속에서 온전히 경영에 참여하지 못했다. 선제적인 투자로 실적을 높이는데는 성공했지만, 공백이 길어지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커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 특별 사면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자유를 되찾으면 삼성의 미래 20년 전망은 다시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단됐던 '의미있는 M&A'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고,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TSMC와 인텔에 대응해 새로운 '초격차' 도전도 시작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글로벌 영업에 나서면서 한동안 멈춰섰던 네트워크와 전장 등 미래 먹거리 사업도 다시 정상 궤도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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