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원유와 각종 금속 원자재, 곡물 등 국제상품 가격이 지난 1년 50% 가까이 급등하면서 재계가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사장단 회의를 통한 경영상황 긴급 진단은 물론 조직 개편과 임원 임금 삭감 등 위기 대응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로 인해 생산 라인을 멈추고, 국경과 항만, 공항 운영이 중단되면서 수급 불안정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호주 간 분쟁으로 인한 석탄과 철강 가격 인상,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완성차 생산 악화 현상을 겪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4~5년 동안 원자재 가격 급등세를 이어가는 '슈퍼 스파이크'에 직면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화그룹 석유화학·에너지 부문 계열사인 한화솔루션·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한화토탈에너지스가 지난 4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대란, 금리 인상 같은 중첩되는 대외 불안 요소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서 남이현 한화솔루션 대표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컨틴전시 플랜(위기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유가를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차질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테스트(건전성 검사)를 통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자"며 "위기 상황에서도 차질 없는 성과를 내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등 포트폴리오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에서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거나 조직 개편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긴박하게 위기 대응 전략을 찾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상하이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이 더욱 취약해진 상황에서 원자재 급등과 미 금리 인상 본격화라는 대외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피해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속에서도 지난해까지 잇따라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던 기업들은 해가 바뀌자마자 급격히 악화한 경영 환경에 당황한 모습이다.
재계 8위 현대중공업그룹의 권오갑 회장도 지난달 20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최근 대외 경영환경 변화를 복합적인 위기로 판단하고 대비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그룹에선 지난해 12월 올해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사장단 회의 이후 4개월여 만에 사장단 회의가 소집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권 회장은 "앞으로의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위기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며 "사별로 '워스트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는 지난달부터 100여 명 정도의 전 계열사 임원 임금을 20% 삭감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타이어 원재료인 고무 가격이 지난해 9월 이후 50% 가까이 올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도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는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일찌감치 이같은 위기를 감지하고 지난해 10월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공급망 관리 강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구광모 LG 회장은 코로나19 특수를 2022년엔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공유했다. 구 회장은 이런 때일수록 SCM(공급망 관리)을 강화하고, 고객 가치를 최우선 목표로 둬야 한다고 계열사 최고경영진에 주문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공급망관리실(SCM) 조직을 'SCM담당'으로 격상시켰다.
산업계에선 원자재 수급 불안 등으로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위기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원이 부족한 우리 산업은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에서 저렴한 원자재와 소비재를 수입한 후 이를 가공해 재수출하는 산업구조로 미래 산업을 이끌어 왔지만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원자재를 구하지 못하면 공장을 세우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당분간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위기 대응 관리를 위한 대책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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