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새롭게 출범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작은 어촌마을의 조선소에서 시작해 현재 세계 정상의 조선그룹으로 성장했다. 재계 순위에서도 8위에 이름을 올리며 주력 사업인 조선을 중심으로 정유, 건설장비 등으로 사업 부분을 세분화하며 종합 중공업그룹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메트로신문이 창간한 2002년 현대중공업그룹도 독자경영을 시작, 오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100년 대계의 밑그림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대한민국 조선의 상징…위기 혁신으로 돌파
현대중공업그룹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72년 3월 23일 한적한 울산 미포만 어촌 마을에서 '조선입국(조선산업으로 국가 발전 기초를 세운다)' 기치 아래 조선소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대한민국에는 조선소는 물론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 정 명예회장은 배를 먼저 주문 받은 뒤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동시에 진행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창립 11년 만인 1983년 선박 건조량 기준 세계 1위 조선소로 이름을 올리며 세계 조선사에 유례없는 역사를 써내려갔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분야도 육성했다. 1977년 발족한 중전기사업부는 현재 현대일렉트릭으로, 1988년 설립한 현대로보트산업은 현재 현대로보틱스로, 1989년 설립한 현대중장비산업은 현재 현대건설기계로 각각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이 그룹으로서 체계를 구죽한 것은 2002년 '왕자의 난'을 계기로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부터다. 현대중공업은 같은 해 위탁 경영 중이던 한라중공업을 인수해 현대삼호중공업을 설립했다.
이로써 그룹 핵심인 조선 부문에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라는 삼각편대가 구축됐고 조선 세계 1위라는 위상도 더욱 공고해졌다. 2010년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면서 정유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현대중공업그룹은 '핑크빛 전망'을 쏟아내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위기도 빠르게 찾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8∼2019년 조선업 불황이 대표적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양플랜트 저가수주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불어난 누적손실로 회사는 2014년 3조원대 적자를 냈다. 이듬해 1조6000억원의 적자를 더 떠안았고 수주 규모는 호황기 대비 10분의 1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회사 설립부터 1980년 석유파동, 1997년 IMF 외환위기 등 숱한 위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 정신을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14년 9월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한 권오갑 회장은 당시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의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고강도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기술 및 영업 중심으로 조직을 전면 재편하고 조직을 이끌 젊고 능력 있는 리더를 발탁했다. 또 주식과 부동산, 국내외 법인 등 비핵심 자산들을 잇달아 매각하며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시키는 한편,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했다. 당시 권오갑 회장은 2017년 하반기까지 3년간 무보수경영을 실천하며 직원들에게 책임경영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권 회장의 고강도 개혁으로 전 세계적인 수주가뭄과 유가하락, 원자재 가격상승 등 위기 속에서도 현대중공업은 불과 2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은 2018년 현대중공업지주를 출범시키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지주는 올해 'HD현대'로 이름을 바꿨다. 또 그룹은 조선·정유·건설기계로 사업 부문을 세분화해 조선과 건설기계 중간지주사로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제뉴인을 각각 세웠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6월 기술 중심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R&D 및 엔지니어링 전문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출범시켰다.
권오갑 회장은 "업황 여건에 따라 희비가 좌우되는 '천수답 조선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한국조선해양은 독보적인 기술력 확보에 모든 투자와 인력을 집중시켜 세계 어느 나라도 넘보지 못할 기술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조선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둔 한국조선해양은 그룹 조선부문의 컨트롤타워 겸 선박 관련 원천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선박회사'서 '미래 개척자'로 도약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 뿐만 아니라 건설기계, 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해 이 분야에도 글로벌 유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완성한 조선·해양, 에너지, 건설기계의 3대 사업 축을 기반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올 1분기에만 68척, 70억 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치(174.4억 달러)의 40%를 넘어섰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매출 20조 6065억 원, 영업이익 1조 1424억 원을 거두며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건설기계부문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8조 원이 넘는 합산 매출을 올리면서 양사 모두 매출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HD현대는 올 1분기에도 연결기준 11조 2966억원, 영업이익 8050억 원의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친환경 미래 신사업 발굴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HD현대는 지난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 수소 프로젝트 추진에 나섰다. 정기선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사우디 아람코의 테크니컬 서비스 부문 아흐마드 알 사디 수석부사장과 협약서에 서명했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친환경 수소, 암모니아 등을 활용,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는 것은 물론, 공동연구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3월 그룹의 역량을 총결집한 수소사업의 비전을 제시하며, 미래 친환경 시장을 선도할 조선해양·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또 정기선 사장은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수소산업 전시회인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여, 그룹의 수소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의 플랜을 공개하고,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각 그룹사의 강점과 인프라를 결집한 수소 밸류체인을 소개한 바 있다.
정기선 사장은 "유기적인 밸류체인 구축은 수소 생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그룹 인프라를 토대로 국내 기업들과 시너지를 발휘, 수소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친환경 기업으로의 도약 의지를 밝혔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생산 현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기선 사장은 올해 1월 열린 CES 현지에서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 알렉스 카프 대표와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기계 생산 현장에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조선 3사는 오는 2030년까지 스마트 조선소 전환을 위한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스마트한 작업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이 프로젝트에 빅데이터 플랫폼이 도입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충남 대산공장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지난 2019년부터 팔란티어와 빅데이터 협업 플랫폼을 공동 개발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한국조선해양은 최첨단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친환경·자율운항선박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지난 3월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89척의 LNG추진선을 수주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친환경 연료인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건조계약을 세계 최초로 체결했다.
또 차세대 선박 분야에서도 한발 앞선 독자기술 개발로 기술우위를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조선해양은 2025년까지 100MW(메가와트) 규모의 그린 수소 생산 플랜트를 구축하고 2만㎥(입방미터)급 수소운반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연료공급시스템 기술을 적용한 수소연료전지 추진선도 개발한다. 수소연료전지 추진선은 기존 내연기관보다 에너지 효율을 40% 이상 높일 수 있고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등 오염 물질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룹의 자율운항전문 자회사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12인승 크루즈 선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 운항하는 데 성공하며 이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 거듭났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데 필요한 인재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2016년부터 매년 신입사원을 모집, 지난해까지 총 3000여 명을 채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친환경·스마트 선박 분야의 연구개발 및 엔지니어링 관련 인력 확보를 위해 800여 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이는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또한 올해 초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각각 7년, 8년 만에 생산기술직 공개채용을 재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말 준공 예정인 경기도 판교에 글로벌R&D센터(GRC) 건립을 통해 연구개발 인력 확보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준공 후에는 5000여 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첨단기술 컨트롤타워인 GRC에서 근무하며 그룹의 연구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주요 연혁
2002년 2월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현대중공업그룹 출범
-현대중공업, 한라중공업 인수 후 현대삼호중공업 설립
2005년 12월
-국내 최초 산업용 로봇 생산누계 1만대 돌파
2010년 8월
-현대오일뱅크 인수
2016년 11월
-6개 독립회사로 사업분리 의결
2018년 8월
-현대중공업지주 공식 출범
2019년 6월
-조선통합법인 한국조선해양 출범
2022년 1월
-현대중공업그룹 CES 2022 첫 참가
-HD현대(현대중공업지주)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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