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지음/더퀘스트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친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 멀어진 친구가 하나 있다. 그는 "ㅇㅇ야, 우리 언제 만날까?"라고 물어보면 늘 이런저런 핑계를 들며 약속을 미뤘다. 어떤 날은 선약이 있고, 다른 날은 할아버지 생신이어서 가족 모임이 잡혔고, 주말에는 교회에 가야 한다는 등 별의별 이유를 다 대길래 '그냥 좀 바쁜가 보다' 했다.
다른 동창을 통해 이 친구의 근황을 듣게 됐는데 5년 전쯤 결혼을 해서 벌써 애가 둘이라는 것이었다. 죽마고우라고 생각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다른 이가 전해준 말에 따르면 필자가 학창시절에 메뚜기를 닮았다고 하도 놀려대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아니 저는 나를 처키 닮았다고 놀려댔으면서. 심지어는 휴대폰에 본명이 아닌 '처키'로 저장해 놓았다! 뭐 그래도 변명을 해보자면 당시 필자는 별명을 애칭이라고 생각했다. 본명을 부르면 거리감이 느껴졌달까. 부모님들이 평소에는 자식을 찾을 때 이름을 부르다가 혼낼 일이 있으면 성을 붙여 풀네임으로 호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 사람 마음이 다 내 맘 같을 순 없는 것이구나' 필자는 소중한 친구를 잃은 후에야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됐다. MBTI가 유행하면서 편해진 점은 속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타인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MBTI를 묻고 다닌다. 수집된 정보는 '저 사람은 이러이러한 특성이 있으니 요런 점을 주의해야겠다' 혹은 '아, 이런저런 성향 때문에 그때 그렇게 행동했구나' 하는 식으로 사용하곤 한다. 사전에 조심해야 할 사항을 체크하거나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겸손한 공감'의 저자인 김병수 박사는 성격 검사가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갈등하고 반목하는 상대의 성격이 궁금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사람의 심리"라며 "한 사람의 성향을 잘 알면 설득하거나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여기니까 자신과 갈등상태에 있는 대상의 성격을 파악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성격 검사를 맹신하는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자기 잘못을 설명할 때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고 타인의 실책은 성격 탓이라고 믿는 심리적 편향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 사람 성격이 원래 그렇잖아'라고 말하지 말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품위 있는 사람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게 됐을까'라고 상상력을 발휘해보자"고 제안한다. 236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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