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공약, 軍 떠나라... 통합방위는?
美 주지사, 주방위군도 지휘하는데...
우크라이나 주지사들... 위험 속에 리더쉽 발휘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일 실시됐다. 정권교체 이후 치뤄진 첫 선거인만큼 열기도 뜨겁다. 그렇지만, 시민 안전과 관련된 공약들의 비중이 낮다는 점은 언제나 그렇듯 아쉬운 점이다.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주장은 많지만, 테러를 비롯한 안보적 위기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을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자가 사는 파주시는 군사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이다. 때문에 요즘처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의 위협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지역민이 안전하게 대피할 방호시설 건립 목소리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여·야 구분없이 군부대 이전공약만 나왔다. 전면전 뿐만 아니라 테러로 인한 대량살상 사태가 벌어지면, 시민을 지켜주는 것은 군대와 방호시설 뿐인데도 말이다.
오랫동안 친분을 가진 미군장교가 기자에게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장도 미국의 주지사처럼 안보와 치안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육군에서 전시동원 업무를 잠시나마 경험했기에 허를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사단 등 각 지역의 방위를 담당하는 ‘지역방위부대’들은 지자체와 유사 시를 대비한 협동업무를 꾸준히 실시한다. 그렇지만 미국의 주지사가 주방위군을 이끌고 재해·재난과 소요사태를 지휘할 정도만큼 협업이 돈독하지 못하다. 서로 간 얼굴 붉히지 않을 정도 선에서 대충 끝내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지역방위부대들은 지자체가 제공하는 ‘육성지원자금’에 의존해, 장비와 훈련시설 등을 구매하거나 설치·보수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보니 지자체장의 의정방향에 따라가는 종속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기에 ‘군사시설을 철거하라’, ‘군사시설보호지역 해제·축소’ 등의 요구에 강한 반대의견을 내지도 못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서 의연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주지사들도 젤렌스키와 크게 다를바 없었다. 개전 100일째를 넘긴 격전지 루한스크의 하이다이 주지사도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문민지도자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알렸다. 한국계로 알려진 김 비탈리 올렉산드르비치 미콜라이우 주지사도 지역주민들을 안심시키고,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격려한다. 군인들도 그의 리더쉽에 존경을 표현한다. 우크라이나 지자체장 들 중에는 교전으로 전사하거나 임무 중 러시아군에 살해 당한 경우도 많다. 우크라이나의 면적은 대한민국의 6배지만 인구는 4300만명으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 6위라고 자부하는 군사대국 대한민국의 자치단체장들이 세계 22위의 군사력을 가진 우크라이나 지자체장들보다 통합방위 지휘력이 약하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이라는 4대 강국과 호전적인 전쟁광들이 날뛰는 북한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 민선 지자체장들은 군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지휘하고 지원하기 위한 소양을 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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