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29주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법리스크 속에서도 해외 출장을 강행하고 나섰다.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위기감도 더 커진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7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네덜란드로 출국했다. 해외 출장은 6개월만, 네덜란드는 2020년 말 이후 1년 반만여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을 위해 재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불법 승계' 관련해 매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 그만큼 이번 출장을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장비 확보를 위해서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네덜란드 ASML은 초미세 공정을 운영하기 위해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곳이다. 2020년에도 이 부회장이 직접 ASML을 방문해 EUV 장비 확보에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EUV 장비 확보는 최근 격화하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을 좌우할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부족으로 EUV 장비 생산까지 늦춰지고 있는데다가, TSMC에 인텔까지 장비 확보 경쟁에 합세하면서 공급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특히 인텔은 차세대 장비인 하이NA EUV까지 선점하면서 경쟁을 가속화했다. 메모리까지 생산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장비 확보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고 안정화하는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누가 먼저 도입하는지도 기술 경쟁에 중요한 요소"라며 "EUV 운용 노하우가 있긴 하지만 도입이 너무 늦어지면 인텔에 추격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의미 있는 M&A'를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 이후 그렇다할 인수 합병을 진행하지 못한 상황, 최근 한종희 부회장은 M&A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단 네덜란드 NXP는 오랫동안 삼성전자 인수 대상으로 지목돼왔다. NXP는 차량용이나 보안 등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다. 전장 반도체로 잘 알려진 독일 인피니언도 삼성전자의 M&A 대상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를 거쳐 독일과 프랑스 등 국가도 들를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보쉬 등 전장 반도체 기업들이 유럽에 위치해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여전히 전장 반도체 기업을 M&A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장 반도체 기업 몸값이 2배 가까이 오른 데다가, 삼성전자도 다양한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영국에 있는 Arm과 접촉할 것으로 보고 있다. Arm은 올 초 엔비디아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해 불발된바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이 컨소시움을 결성해 함께 사들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 삼성전자도 여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최근 팻 겔싱어 인텔 CEO를 만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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