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화물차가 또다시 멈춰섰다.
국내 산업계의 혈관 역할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7일 0시부터 예정대로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살아나고 있는 국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국내 산업계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는 전날 조합원들에게 '총파업 지지엄호 행동지침'을 전파하고 "파업기간 발생하는 추가화물에 대한 대체수송을 거부하며 대체수송을 강제하는 경우 노조 중앙으로 즉각 보고(해야)한다"고 당부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0시에 16개 지역본부별로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한다. 이들은 조합원 2만5000명 대부분과 비조합원 화물 노동자 상당수가 이번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과 함께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 운임제' 폐지 철회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안전 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인 안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2020∼2022년 3년간 시행한 뒤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경윳값 폭등으로 안전 운임제 없이는 생계유지가 곤란한 상황이라며 제도 확대를 요구해왔다. 이 외에도 ▲ 운송료 인상 ▲ 지입제 폐지 및 화물 운송산업 구조 개혁 ▲ 노동기본권 확대 및 화물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전국 항만과 주요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들은 벌써부터 물량 출하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하루 물동량 약 4만9000톤 중 이번 파업으로 약 2만톤의 출하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도 포항공장 9000톤 등 총 4만톤 규모의 출하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국제강의 경우 1만톤 규모의 출하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철강 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철강제품 운송에 일정부부 지연 등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동안 철강업계는 물류업계와 상생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으며 이번 파업 영향도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업계) 선박 및 철도 전환 출하 등을 통해 파업에 대비하는 중"이라며 "일부 긴급하게 운송해야 하는 물량은 사전출하 및 운송사 별도협의를 통해 고객사 수급 형향을 최소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멘트 공장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방해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됐고, 유통 현장에서도 공급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전국의 시멘트 생산 공장 가운데 일부에서 출하를 못하고 있다"며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비해 공정계획을 조정해 하루 이틀 치 재고량을 우선 확보했지만 이번 주 후반부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파업이 길어지면 공장을 멈춰야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빚어질 수 있다"며 "파업이 예고됐던 만큼 사전 준비를 했지만, 오래 버티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시멘트 운송은 주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이용한다. 화물연대 소속 BCT 차주들이 올해 파업에도 동참하면서 시멘트 원자재 및 제품 운송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전체 화물 노동자 약 42만명 가운데 화물연대 가입 비중은 2만5000명이지만,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차 비중이 높아 물류 운송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BCT 차량은 국내에 2700여대가 운행 중이고, 이 중 절반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이다.
실제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생산 공장이 모여있는 강원, 충북 등 지역에서 시멘트 운송이 지연됐다.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하루 평균 출하량이 최대 80%가량 급감하면서 매출 피해액이 약 110억원으로 집계한 바 있다.
유통업계는 전체적으로는 물류센터와 대형마트 지점 등을 연결하는 차량의 화물차주들의 파업 참여 비중이 크지 않아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파업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기업들은 비교적 부피가 큰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 전자제품을 사업장에서 물류거점으로 운송할 때 화물차를 이용하는데 이번 파업으로 물류 부담이 이전보다 커지게 됐다. 다만 파업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 물량을 미리 출고하는 등 사전 조치를 해놓은 만큼 당분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물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화물연대 차업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화물연대에 파업을 철회할 것을 요청하는 동시에 정부에는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는 "화물연대가 파업의 근거로 제시한 유가 상승분은 현재 시행 중인 안전 운임제도에 부분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면서 "일방적인 파업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 거부를 강행하는 것은 경제와 물류를 볼모로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하려는 명분 없는 집단 행동"이라며 "정부는 화물연대가 업무 개시 명령을 거부하거나 운송 방해, 폭력행위 등 불법투쟁을 전개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화물연대의 정당한 집회 등은 보장하겠지만, 정상 운행차량의 운송을 방해하는 등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과 협조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노조원의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화물차주들의 정상적인 운송을 방해할 목적으로 출입구 봉쇄, 차량 파손 등의 불법행위를 강행할 경우에는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하고, 주동자는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방침이다. 특히 차량을 이용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처벌과 함께 관련 법령에 따라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처분을 병행하기로 했다. 화물연대의 운송방해와 시설점거 등 불법행위가 예상되는 항만·물류 터미널·산업단지 등 주요 물류거점엔 경찰 인력을 배치하고 112 순찰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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