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디폴트옵션 도입 효과로 원리금보장형 보다는 실적배당형 등으로 자금이 분산되면, 해외 연금 선진국과 같이 퇴직연금에서도 연 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디폴트옵션이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회사와 근로자가 미리 정한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특히 연금 운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거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자산 운용이 어려울 경우, 정부 당국에서 승인한 연금적격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하게 된다. 타겟데이트펀드(TDF), 혼합형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원리금보장상품 등이다. 다음달 12일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퇴직연금 계좌에서 디폴트옵션 상품의 투자 한도를 100%로 정하는 내용의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다음달 12일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기존에는 비중의 30%까지는 원리금보장 상품에 투자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전액을 주식형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외 선진국 사례를 들어 디폴트옵션 도입을 주장해 왔다. 해외에서는 이미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수많은 연금부자 양성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6년 401k의 자동가입제도를 도입하면서 적격디폴트상품(QDIA)을 지정했다. 영국도 2008년부터 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 도입과 동시에 한 개 이상의 디폴트옵션을 의무화했다. 호주 역시 디폴트옵션을 적용한 '마이슈퍼'를 계기로 퇴직연금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에스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등 4개국을 제외하고는 이미 모두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하고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국내와 해외 연금 선진국과 많게는 4배까지 차이가 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의 지난 2013~2019년 퇴직연금 수익률 연 평균이 각각 9.49%, 8.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의 5년 연환산 수익률이 1.96%에 불과했다.
국내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은 적립금의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은 29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6.4%에 달하는 255조4000억원이 대기성자금을 포함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를 하고 있다. 주식과 펀드 등 투자자산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은 40조2000억원로 전체의 13.6%에 그쳤다. 운용방법별로는 5년 연환산수익률이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이 각각 1.59%, 5.18%이지만 원리금 보장형이 대부분이라 평균 수익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셈이다.
그러나 국내 디폴트옵션은 원리금보장상품도 고를 수 있는 만큼 수익률 제고라는 당초 취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은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보장형을 허용하지 않는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리금보장상품의 도입으로 자산배분과 분산투자라는 연금자산 운용의 기본 원리가 약화됐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와 자산배분, 분산투자 등 연금자산 운용의 기본 개념과 중요성을 가입자 금융교육 과정의 필수사항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