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처럼 입을 열었다. 긴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더 치열해진 글로벌 정세를 확인하고 다시 혁신을 본격화하려는 모습이다. '의미 있는 M&A'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오전 김포공항비스니스항공센터(SGBAC)로 귀국했다.
지난 7일 출국한지 12일만이다. 해외 출장은 6개월 만, 유럽행은 18개월여만이다. 아직도 매주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출장을 단행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미래 핵심 먹거리인 전장 사업을 먼저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헝가리 삼성SDI 공장을 둘러보고 독일 BMW를 찾아 전기차 플랫폼과 배터리 공급 관련 협력을 논의한 것. 자회사인 하만 카돈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자동차 업계의 급변하는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단순히 '전동화' 움직임 뿐만 아니라 배터리 개발과 양산 확대,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 등 더 복잡해지고 치열해진 전장 시장 상황을 확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BMW는 삼성SDI 등에서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팩을 자체 제조하고 있지만, 조만간 배터리 셀도 자체 생산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행보도 이어갔다. 네덜란드를 방문해 마르크 뤼터 총리와 협력을 논의하고, ASML을 찾아 피터 베닝크 CEO에 EUV 장비를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전했다. 이어서 벨기에 첨단 연구소인 imec을 방문해 미래 먹거리도 다시 확인했다.
이 부회장은 ASML 방문 일정을 '가장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계 EUV 장비 수급이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25년 인텔에 앞서 TSMC가 차세대 EUV인 하이NA EUV 장비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황, 이 부회장도 하이NA 도입 시기를 저울질 했을 가능성이 있다. imec 방문을 통해서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느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귀국길에 현실의 어려움을 확인한 출장 소회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시장에 여러가지 혼동과 불확실성이 많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도 국내보다 더 크게 느꼈다"며 글로벌 위기감을 다시 한 번 공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는 인재 확보와 유연한 조직, 그리고 기술을 꼽았다.
이 부회장의 출장 경험은 실제 경영에 바로 적용될 전망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올해 리스크 전담 조직 '사업위기관리(BRM)'을 만들었으며, 오랜만에 개최하는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중요하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의미 있는 M&A는 숙제다. 업계에서는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M&A와 관련한 행보도 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부회장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가장 유력한 분야는 전장 반도체다. NXP 등이 거론된다.그러나 이미 불발된 적이 있는데다가 치솟은 몸값이 문제. 때문에 AI 등 다른 분야에서 M&A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영국 Arm에도 투자할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지만, 단독 매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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