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와 보훈, 정치 갈대들이 입에 담을 수 있나
북한이란 주체 없는 한국전쟁 기억... 대적관은?
한국전쟁(6.25)과 제1·2차 연평해전이 발생한 6월이다. 여·야 모두 철맞은 장사치 마냥 ‘안보’와 ‘보훈’을 외친다. 그렇지만, 군내에는 북한을 무서워하는 이들이 남아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제1차 연평해전’기념일인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1차 연평해전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전사자는 없었다. 전사자가 발생한 것은 이보다 3년 뒤인 2002년 6월 29일의 ‘제2차 연평해전’이다.
북한 해군이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하자 참수리 357정은 맹렬히 맞서 싸웠다. 하지만 정장 윤영하 소령(전사후 추서진급)을 비롯한 6명이 전사했다. 당시 2002 한일월드컵 분위기로 이들의 헌신은 조용히 다뤄졌다. 보수·진보 어느 진영도 이들의 희생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하지 않다가, 2017년 연말에서야 이들의 대우가 순직자가 아닌 전사자로 인정됐다.
국방부는 2018년 6월 29일 ‘제2차 연평해전’을 기리는 기념물을 제작하면서 전사자를 모욕했다. ‘전사자’를 ‘순직자’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방부출입기자였던 기자는 이 문제를 국방부 대변인실에 전했고, 입장을 기다렸지만 그들은 침묵했다. 기사 최종 송고 전, 국방부에 입장과 수정해야 할 부분 등을 다시 물어도 반응은 같았다. 기사가 송고된 후 당시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기자를 대변인실로 끌고 갔다. 기자의 항거에도 기사는 결국 내려졌다.
그 해 7월 몇몇 시민들은 전사자를 순직자로 표기한 것을 지적한 기사의 삭제 배경을 묻는 민원질의를 ‘국민신문고’에 올렸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기사의 수정요청을 한 것 일뿐이라면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만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실이 대한민국 시민보다 정권과 북한이 더 무서운 조직이란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닌듯 하다.
국방부 대변인실의 것은 이어지는 행보도 재미있다. 같은 달 27일 국방부는 휴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이해 기념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긴급히 삭제했다. 삭제된 기념물에는 국방부의 입장에서는 내걸수 없는 문구가 있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3년여의 전쟁 끝에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된지 올해 65주년입니다”라는 이 문구는 군 안팎에서 논란을 키웠다. 휴전선 이북의 영토를 다 수복하지 못했기에 틀렸다고만 할 수 없지만, 군의 사기를 생각해야하는 국방부가 쓸 문구는 분명 아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문구는 문화체육부 정책자문 기자단의 한 기자가 쓴 것으로 자체 검증은 거친 것”이라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말을 꺼냈다. 국방부가 문체부 기자의 말에 휘둘릴 정도라면, 얼마나 문약한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던 2020년 6월 25일에도국방부는 ‘북한’이라는 주어는 뺀 채 추모 기념물을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이 정도면 국방부 대변인실은 마마, 호환보다 북한이 무서운게 확실해진다. 군의 대적관을 흔드는 갈대들이 장병의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주요직위자로 아직도 남아있다. 당시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정진력원장이 됐다. 민원질의에 답변한 관계자는 대령으로 진급했고, 기자를 대변인실로 끌고간 부대변인은 올해 하반기 장군인사에서 육군 정훈공보실장에 내정될 것이란 말이 벌써 돌고 있다. 갈대는 사라지고 곧은 대나무가 무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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