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이 경영에 있어서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식품업계에는 비건(vegan) 열풍이 불고 있다.
비건은 동물성 단백질(유제품, 달걀, 생선, 가금류 등)을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의 일종이다. 건강과 환경, 동물보호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은 MZ세대 사이에서 채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콩고기 등 대체육의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를 대체한 요리 및 각종 채식 식단을 비롯한 다양한 비건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먹거리 외에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여러 산업분야를 막론하고 동물성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생활 방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10배 이상 증가, 올해는 2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인구의 3~4%로, 채식주의자를 넘어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들까지 합하면 그 비중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건 생활과 환경 문제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가축들이 내뿜는 메탄가스와 도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 전세계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탄소 양보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고 알려져있다. 때문에 비건이 정착하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에 식품업계는 비건에 초점을 맞춰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육류 단백질을 대체할 식물성 단백질에 대한 연구, 즉 대체육과 대체유 개발이 활발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3년까지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6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대체육 시장은 해외에 비해 아직은 도입 단계에 불과하지만 채식 선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가치소비가 확대되면서 잠재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여겨진다.
식물성 대체육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은 대표적으로 풀무원이 있다. '두부텐더', '두부 크럼블 덮밥소스' 등 두부를 가공한 대체육에서 더 나아가 형태, 질감, 식감 모두를 육고기처럼 구현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 미국 업체가 주력하는 패티·소시지 위주의 대체육과 달리 한국인 입맛에 잘 맞고 익숙한 소불고기 타입의 대체육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고, 이를 우리나라를 비롯해 글로벌 식물성 대체육 시장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SPC그룹의 베이커리 프랜드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와 협업한 랩 샌드위치를 출시해 판매했으며 지난 4월 '잇 저스트(Eat Just)'와 파트너십을 맺고 '저스트 에그 식물성 대체 스크램블'과 '저스트 에그 식물성 대체 오믈렛' 2종을 출시했다.
동물성 원료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저스트 에그는 녹두를 주원료로 개발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식품으로, 단백질이 함유된 식물성 대체 달걀 제품이다. 일반 달걀과 유사한 맛과 활용도를 가지고 있어, 달걀이 들어가는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풀무원과 농심은 제품 개발에서 나아가 올해 나란히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풀무원은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농심은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운영중이다.
양사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비거니즘이 확대되는 것에 착안, 대체육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트렌드에 발맞춰 새로운 식문화를 열어간다는 포부다.
대체육과 함께 주력하고 있는 제품은 대체유다.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한 유당불내증 소비자들과 MZ세대를 중심으로 '식물성 대체유'가 인기를 끌자 기업들은 앞다투어 식물성 대체유 브랜드를 론칭하기에 나섰다.
매일유업은 일찍이 2015년부터 세계 최대 아몬드 전문 기업 블루다이아몬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최초로 아몬드 음료 '아몬드브리즈'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100% 캘리포니아산 프리미엄 아몬드로 만든 식물성 음료로 비건 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한 소비자는 물론, 칼로리가 기존 우유의 3분의 1 수준인 점을 내세워 다이어트족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었다.
대체유의 성장가능성을 확인한 매일유업은 지난해 9월 식물성음료 '어메이징 오트' 2종을 시장에 내놨다. 이 제품은 100% 청정 핀란드산 오트(귀리)만을 사용하고, 한팩으로 베타글루칸 400㎎, 칼슘 220㎎을 섭취할 수 있지만, 칼로리는 100k㎈가 채 되지 않는다. 100% 식물성 음료로 한국 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CJ제일제당은 이달 초 '식물성 대체유' 사업 전문 브랜드 '얼티브(ALTIVE)'를 론칭하고, 팝업 스토어와 온라인몰을 통해 100% 식물성 음료 '얼티브 플랜트유'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사내 벤처 프로그램 '이노백(INNO 100)'을 통해 MZ세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것으로, '얼티브'는 유제품의 완벽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얼티브 플랜트유'는 우유가 필요한 순간에 식물성으로 대체해 마실 수 있는 고단백·고칼슘 음료로 유럽 비건 인증인 'V라벨'을 획득했다.
카페에서도 라테에 들어가는 우유대신 두유나 오트음료를 첨가해달라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스타벅스에서 오트 라테 커피가 크게 인기를 얻었으며 이후 식물성 라테 커피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 단백질은 기후 위기와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건강과 식품안전, 동물 복지, 지구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강화되면서 대체육·대체유에 대한 활발한 개발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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