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도시노리 지음/정현옥 옮김/갤리온
필자의 어머니는 성격이 불같아서 주변 사람들과 자주 다툰다(그래도 다행히 뒤끝은 없어 친구가 많다). 최근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톡방이 하나 있는데 "얘들아 보고 싶다. 잘 지내니?" 등과 같은 안부 묻는 말을 꺼내기만 하면 A라는 친구가 자꾸 단톡방을 나가는 바람에 화가 치민 것이었다. 어머니는 눈앞에 카톡방을 들이밀더니 "너라도 열받겠지? 당장 전화해서 따져야겠어"라고 말하며 씩씩거렸다.
김영하 작가가 '대화의 희열'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말을 인용해 어머니가 친구에게 항의 전화를 걸지 않도록 설득했다. "소설가 김영하가 '무명 시절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 시기를 버텼냐'는 물음에 '젊은이들에게는 친구들 모임에 못 나가는 구간이 있다. 인생에서 고마웠던 사람들은 그 시기를 기다려줬던 사람들이다'라고 했다는데 어머니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좀 기다려 보시죠"라고.
사실 비슷한 시기를 겪고 있어서 어머니 친구분의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남 잘되는 꼴을 보고 있으면 배가 아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일절 안 하는데, 요즘 모임에만 나갔다 하면 승전보가 들려와 괴롭기 짝이 없기 떄문이다.
필자의 친구 B는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의 일류 대학으로 포닥(박사후연구원)을 하러 간다고 하고, C는 지금 연봉이 8000만원인데 1억원을 찍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경영 MBA 과정을 밟는다고 한다. D는 8월에 그리스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한 후 열흘 동안 해외 여행을 즐길 예정이라고 하고, E는 교수님이 강의를 하나 맡아 진행해보라는 제안을 해왔다고 한다.
별로 안 친하면 상관이 없는데 전부 친척보다 자주 보는 막역한 사이라 속에서 천불이 난다. 친구들은 다 잘 나가는데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그러면 너도 뭔갈 하면 되지 않느냐'고 제2의 자아가 다그친다.
그런데 막상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 침대에 누워만 있게 된다. 주말에는 좀 쉬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마냥 게으름을 피운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을 위한 뇌 과학'은 필자와 유사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책에 따르면 '무기력은 내 탓이 아닌 뇌 탓'이다.
일본 최고의 뇌 전문의인 저자는 "무기력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라며 "평소 잘못된 생활 습관이 뇌 기능을 저하시켜 좀처럼 몸과 정신에 활력이 돌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끝없이 부정적인 착각 속에 머물러 있으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자 하는 기능이 저하돼 패배적인 회로에 갇히고 만다"며 "부정적인 기억에 사로잡혔을 때는 새로운 기억으로 이를 덮어버리라"고 조언한다. '아, 귀찮아' 대신 '간단하게 빨리 끝낼 방법을 찾자'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224쪽.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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