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로봇, 자동검사장비, 컨베이어시스템등 모두 직접 제조
日 7000만개 생산 알루미늄 콘덴서 케이스 '전수검사' 목표
김 대표 "안전·품질, 양보 대상 아냐…직원 행복한 회사 꿈"
스마트공장 직접 구축 노하우, 韓 중소기업에 전수해 도움
【이천(경기)=김승호 기자】"공장을 안전하게 만들면 두 발 뻗고 잘 수 있다. 불안한 일은 로봇이 하면 된다. 그리고 그 로봇은 우리가 직접 만든다."
한 중소기업이 억척스럽게 공장 자동화에 집착하고 있다. 이동로봇, 자동검사장비, 무인화, 컨베이어 시스템, 자동창고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7년간 투자한 돈만 무려 150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으로선 엄두도 내지 못할 엄청난 액수다. 그 사이 외부의 힘도 빌리지 않았다.
정부의 스마트공장 지원만 쳐다보고 있는 여느 중소기업들과 달리 모두 스스로 했다.
올해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안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결단이었다.
경기 이천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스피폭스 김용래 대표(사진)가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주인공이다.
1985년 설립한 스피폭스는 37년간 알루미늄 전해 커패시터 케이스만을 제조해온 전문 소재부품 기업이다.
외길을 걸어온 결과 스피폭스는 전세계 SMD(표면실장형) 타입의 전해 콘덴서 케이스 시장에서 5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지키고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그런데 스피폭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요즘 스마트공장으로 대표되는 공장 자동화에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공장에선 쌀알크기의 알루미늄 콘덴서 케이스를 하루 약 7000만개 생산한다. 품목만 100가지가 넘는다. 이들을 100% 전수검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경쟁회사는 모두 샘플링 검사를 하는데 우리가 전수검사를 한다면 전 세계 산업트렌드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가능케할 검사기는 현재 90% 정도 개발이 끝났다."
김용래 대표가 생산 공장 곳곳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일부 장비와 생산라인은 외부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사진 촬영이 안된다며 정중하게 부탁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이야기하는 검사기 개발이 끝나면 현재 1.8% 수준인 불량률도 거의 '제로(Zero)'가 된다. 100만개 가운데 단 1개의 불량률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김 대표는 "현재 51% 수준인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75% 이상까지 올릴 수 있는 핵심이 전수검사다. 이를 통해 제품 신뢰도를 높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렇게되면 일본이나 중국의 경쟁회사들이 스피폭스를 따라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된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이 '세계 최초'의 시도를 하고 있으니 '세계 최고'의 자리를 굳게 지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스피폭스가 150억원 정도를 들여 이룬 공장자동화율은 현재 약 85%까지 올라왔다.
내년 초엔 자체 기술로 개발해 제작한 20대의 로봇까지 현장에 투입하면 자동화가 더욱 가속화된다.
공장 곳곳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일하고 있는 관절로봇, 생산라인을 이동하며 제품을 운반하는 이동로봇 등도 모두 스피폭스가 직접 개발하고 완성한 것들이다.
"한때는 외부에 개발 등을 의뢰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 손들고 나갔다. 밖에서 만든다고해도 우리가 자체적으로 유지보수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가격도)싸게 할 수 있었다. 평생 직접 만들어왔으니 그냥 만들자고 했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웃음)"
공장자동화가 진척될수록 가시적인 성과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8%로 한 자리에 머물렀던 영업이익률은 이제 12%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21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올해 260억원을 거쳐 내년엔 300억원까지 기대하고 있다.
2018년 당시 채 90명이 안됐던 직원은 어느새 100명이 훌쩍 넘었다. 단순 반복 업무를 하던 인력은 줄고, 자동화공정 연구개발(R&D)·유지보수 등에 필요한 인력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스피폭스가 공장자동화를 100%까지 끌어올린다고 해서 김 대표의 꿈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그 중 최우선은 '직원들이 행복해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키코(KIKO)에 가입했다 100억원 정도를 날리고 회사가 2014년 당시 법정관리에 들어가보니 알겠더라. 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도 좋지만 임직원들이 만족하고 오래다니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고 나머지 사흘은 가족과 쉬어라. 다만 닷새 일할 것을 나흘만에 하자. 여기에 필요한 기계는 회사가 만들어주겠다. 또 쉴 공간이 부족하면 회사가 공간도 만들어주겠다."
김 대표가 과거를 회상하며 꿈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깨닭았다. 경영방침 1번이 안전이고 2번이 품질이다. 안전과 품질은 양보나 희생의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무조건 지켜야한다."
적지 않은 자금을 들여 스마트공장 등 공장자동화를 위해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온 만큼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중소기업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김 대표의 소망이다.
"스피폭스가 쌓아온 노하우가 우리나라를 제조강국으로 한 단계 더 키워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갖고 혼자서 지도에 없는 길을 37년간 묵묵히 걸어온 김 대표와 스피폭스가 이젠 '함께'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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