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말잔치만 열었나 현실 좀...
모병포스터 장비는 거꾸로... 장비도 쓸 줄 모르는 軍
간부는 가짜 약장에 병은 법령 깨부시는 전역복...
창군기부터 이어져 온 허세... 기초와 기본에 힘쓸 때
‘싸워 이기는 군대’, ‘뽕(가슴 벅차다는 신조어)’과 ‘스웩(힙합음악에서의 여유와 건들거림)’이 넘치게 한다. 대한민국의 군사안보는 이처럼 입으로 드립(즉흥적 임기응변)을 날려대는 래퍼의 랩전쟁을 연상케 한다.
‘싸워 이기는 군대’, ‘제2의 창군’, ‘과학기술 강군’ 등은 지난 6일 육·해·공군 3군 본부가 위치한 충남 계룡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관으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군 당국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계룡대를 방문한 것은 역대 최초라며 크게 의의를 두었다. 군사복무 경험이 전무한 군통수권자를 모셨으니, 얼마나 가슴이 웅장해지고 귀가 5.1채널 돌비 서라운드를 느낄 수 있는 보고문들이 올라갔으랴.
◆기본과 기초는 ‘NO LOOK PASS’
기본적인 전투장비는 쓸 줄 모르고, 기초적인 전술도 모르면서 법령과 규정에 제시된 군복착용법마저 ‘노 룩 패스(NO LOOK PASS)’하는 국군이다. 과학화 강군, 제2의 창군, 싸워 이기는 군대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기본과 기초는 가벼이 생각하는데 거창하고 웅장한 계획은 어찌 가능할 것인가.
다행히 국군에는 일선에서 전투전문가로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무명의 군인들이 많다. 그들 덕분에 그나마 국군과 대한민국이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던 그들도 요즘은 하소연이 더 늘고 있다.
‘육군 장교·준사관 모집에 나온 모델은 저배율가변 조준경은 거꾸로 달고, ·야간투시경에는 전술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주황색 필터를 적방향으로 부착했습니다’, ‘실전과 같은 훈련이라고 자랑하던 국군의무학교의 전투부상처치(TCCC)훈련은 주황색 표시가 또렷한 장난감을 쓰면서도 자랑합니다’, ‘사관생도 상륙훈련을 하는데 상륙장갑차의 하차문은 적의 총구방향이고 생도들은 비전술 행동 일색인데 국방일보 등에 자랑이라뇨’, ‘육군 8사단의 하사는 19년 임관자인데 89년 임관한 선배들의 약장을 무자격으로 거꾸로 달고, 계급도 중사로 사칭해도 부대는 함구합니다’, ‘알록달록 번쩍번쩍 전역복 제대하는 장병의 추억이라고 넘어갔더니 지휘관 휘장도 예비군 전역물자라고 패용합니다. 대통령령인 군인복제령이 무색합니다’ 등 너무나 많은 하소연이다.
◆창군 때부터 숙제, 건전한 지적은 묵살
물론 군에도 이런 문제를 보고하고 건의하는 채널이 있지만, 절단된 신경처럼 군수뇌부에 전달되지도 않고, 온몸으로의 변화도 나타나지 않는다. 문제를 인지하고 건의하는 군인에게만 미운털이 박힌다.
기자는 이들의 하소연이 하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군인에게 기본과 기초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군기이며, 엄정한 군기가 무너지면 군대는 패전한다. 거대하고 막강하다는 러시아군을 보라. 붉은군대의 영광을 이었다고 말하는 그들이지만, 화려하게 수놓은 전역자용 전투복을 만들어 입는 꼴은 우리랑 너무 닮았다. 그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약탈하고 강간하고 살인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에게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국군이라고 다르겠는가.
국군은 힘든 과정을 겪으며 창군했다. 선배들의 노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후배된 도리로서 과거의 잘못도 지적하고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전쟁기념관의 수장고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장교 정복 등이 보관돼 있다. 다수는 기증 등에 의해 입수된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들이 눈에 띈다.
창군 초기라 미군 장교정복에 국군 계급장과 표지장이 부착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미육군식 소매장식 아래에 제국일본 육군의 장교 수장은 왜 부착됐을까. 1980년대 후반에 기증된 또 다른 정복은 한국 전쟁 당시의 것이지만 부착된 표지장들은 1970~80년대가 혼재됐다. 탄탄한 기초 없이 올라온 국군의 현주소를 기증품들이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군수뇌부여 이제라도 창군 때부터 이어져온 잘 못된 허세의 문화는 근절하고 기본과 기초에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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