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불발됐다. 1~2대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상장 걸림돌로 작용하면서다. 교보생명은 IPO를 재추진한다는 입장인데,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 IPO 강행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 교보생명 상장 예심 '미승인'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교보생명에 대한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에서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12월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한 이후 6개월여 만이다.
교보생명의 상장 예심 미승인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업계의 반응이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규정 질적심사기준에 '소송이나 경영권 분쟁 등으로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주주 간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경영의 안정성이 저해되지 않을 것' 등의 조항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2대 주주인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2년 교보생명의 대주주였던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 지분 24.01%를 매각하려 하자 어피니티가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과 컨소시엄(FI·재무적 투자자)을 구성해 신창재 회장의 우호 지분 세력으로 나섰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을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했다. 이어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해당 지분을 신 회장이 되사는 내용을 담은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IPO가 지연되자 어피니티 측은 2018년 10월 주당 40만90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이후 3년간 국제 중재 소송을 이어갔으며, 지난해 9월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이 어피니티 풋옵션 행사가격은 무효라며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풋옵션 행사는 유효하다고 인정했으며, 어피니티는 지난 2월 2차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법적 분쟁으로 IPO 방해" vs "대주주 유리, 무리한 IPO 추진"
교보생명은 이례적으로 상장 예비 심사 전후로 입장문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상장 예심 전에는 IPO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주주 간 분쟁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애초에 분쟁의 단초가 공정시장가치(FMV)였던 만큼 IPO를 통해 가장 합리적이고 투명한 FMV를 산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IPO를 통해 합리적인 FMV가 산출되는 것이 두려운 어피니티가 법적 분쟁을 지속하며 IPO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심 미승인 결정이 나자 "교보생명 주주의 약 3분의 2가 IPO에 찬성했음에도 어피니티의 일방적인 반대로 무산된 이번 결정이 더욱 안타깝다"며 "어피니티는 처음부터 교보생명의 IPO를 원하지 않았고, IPO를 통한 자금 회수는 그들의 과욕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주주 간 IPO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경영 안정성도 높다며 지금이 '상장의 적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어피니티 측은 주주 간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 신 회장이 법원 결정과 ICC 국제 판정을 통해 확인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시장의 예측대로 교보생명이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주주 개인의 분쟁에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IPO를 추진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며 "교보생명은 진정으로 대주주 개인의 이익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보생명의 IPO 강행은 풋옵션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상장공시위원회 일정을 거쳤다는 사실만으로도 교보생명이 IPO 추진이라는 주주 간 계약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경영권 분쟁 사건이 없어야 상장이 가능하다는) 거래소 규정을 모를 리가 만무하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상장 의지를 피력하는 건 FI와의 소송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점하기 위해서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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