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두 달이 넘었지만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가 원 구성도 제대로 하지못한 채 여전히 혼란 정국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다.
지금 대내외 경제여건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물가상승에 고금리시대로 접어들면서 경제가 입은 충격파가 서민생활을 덮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당시 '민생 정치'를 외치며 국민에 헌신하겠다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힘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의 삶은 더욱 더 피폐해지고 있다.
지금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헤게모니 싸움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집권여당은 이준석 당 대표의 징계를 두고 내홍(內訌)을 거듭하다가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갖추면서 그나마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준석 당 대표가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간의 충돌 가능성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숨어 있는 상황이다. 일부 지적대로 '윤핵관 대 이준석'의 대결구도가 아니길 바라지만 결국 정치라는 게 헤게모니 싸움이라, 저 시한폭탄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해야 할 더불어민주당 역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한 동안 당 대표를 뽑는 '룰'을 놓고 다투더니, 이제는 '이재명 대 97그룹'으로 갈려 누가 당 대표를 맡아야 할지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신진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 생)이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요구하며 이재명 의원에게 맞서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아직까지 낭중지추 같은 존재가 없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분위기를 뒤집기는 힘들어보인다.
정치인들은 잘 알 것이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국정농단을 용서하지 않고 박근혜 정부를 탄핵시켰으며 '조국 사태'와 집값 폭등에 실망해 문재인 정부가 교체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일부 지지층에 의존한 채 전체를 배려하지 못했던 팬덤 정치의 한계도 똑똑히 봤을 것이다. 새 정부 집권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도 충분히 알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여야의 모습을 보면 이들이 과연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선거 때 민생을 챙기겠다는 약속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누가 권력을 잡을 것이냐를 놓고 또 다시 '그들만의 리그'에 정신이 팔려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해수부 공무원 사망사건, 탈북 어민 북송 이슈 등을 부각시키며 전 정부의 잘못만 캐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민생 챙기기에 완전히 손을 놓은 건 아니다. 하지만 '립 서비스' 수준으로 지금의 경제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당장 금리인상에 따른 파장이 예상보다 클 것이다. 통상적인 금리인상 폭인 0.25%p가 아니라 그 두 배인 0.5%p를 인상했다는 것은 그만큼 물가인상 압박이나 세계 경제환경이 위험수위까지 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코로나19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년 이상 생계 위협을 받았던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삶은 이번 금리인상과 함께 더 힘들어질 것이다. 경제가 파탄나면 그 영향은 정치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차기 권력을 잡기 위한 세싸움도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최대한 빨리 국민에게 필요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또 다시 만시지탄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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