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집단 반의 34회 정기공연으로 마련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연극 '예외와 관습'이 오는 21일부터 8월 7일까지 씨어터 쿰에서 공연된다.
연극이지만 노래와 움직임을 적극 활용한 '예외와 관습'은 뮤지컬로 분류해도 무방할 정도다. 주요 배역인 상인과 길잡이, 쿨리 뿐 아니라 7명의 코러스까지 등장해 다양한 노래와 움직임을 선보인다. 이런 노래와 움직임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연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가미된 부분이다. 브레히트의 원작 희곡에 나오는 시 형태의 대사에 박진규 음악감독이 곡을 붙여 노래로 완성했다.
연극은 관습에 충실한 상인이 길잡이, 짐꾼인 쿨리와 함께 사막을 건너는 여행을 그리고 있다. 상인은 길잡이와 쿨리를 고용한 고용주이고, 길잡이는 노조에 가입돼 어느 정도 신분이 보장된 고용인이다. 반면 쿨리는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 부족해진 노동력 충당을 위해 인도와 중국 등에서 데려온 인력으로 저임금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한 일을 하는 최하층 고용인이다.
이렇게 각기 다른 신분의 상인과 길잡이, 쿨리는 최대한 빨리 우르가에 도착해야 한다. 상인이 석유사업 계약을 따내려면 경쟁자들보다 빨리 우르가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더 좋은 성과를 위해 하위 계급을 착취해야 한다는 '관습'에 충실한 상인은 쿨리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길잡이에게 불만을 갖게 돼 여행 도중 해고한다.
쿨리와 단 둘이 위험한 사막 여행에 나선 상인은 쿨리에게 모진 학대를 가해 여행 속도를 계속 높인다. 결국 길을 잃고 물까지 떨어져 큰 어려움에 빠진 상인은 숨겨 놓았던 물을 자신에게 나눠주려 다가오는 쿨리를 죽이고 만다. 상인에게 모진 학대를 하고도 자신의 물을 나눠주려 한 쿨리의 '예외'적인 모습을 '관습'에 충실한 상인이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생긴 사고다. 그렇게 상인은 재판을 받게 된다.
연극 '예외와 관습'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이 단지 관객이 아니라는 점이다. 극 후반부에 재판이 시작되면 그 때부터 관객은 배심원이 돼 진지하게 재판에 관여해야 한다. 재판부 주도로 상인과 여러 증인들이 들려주는 사건의 전모를 듣고 유죄와 무죄를 직접 판단해 투표해야 한다.
노래와 움직임을 적극 활용한 방식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 세계와 관통한다. 1920년대 후반 마르크스주의 성형의 작품을 쓰기 시작한 브레히트는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 여러 국가로 망명해 다수의 시와 희곡을 집필했다. 브레히트의 희곡은 '낯설게 하기' 기법이 특징인데 극중 인물이 관객에게 말을 걸고, 갑자기 조명이 바뀌고 노래하는 장면이 끼어들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관객이 극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해 감정이입을 막는 것이 브레히트의 희곡의 특징이다.
다만 재판에 관객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설정은 브레히트의 희곡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다. 원작에선 재판 장면만 나오지만 연극집단 반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관객의 배심원 투표를 가미한 것인데, 이를 통해 결말이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낸다.
아무래도 연극의 완성도는 상인과 길잡이, 쿨리 등 배우들의 연기력과 직접 연결된다. 관습에 충실한 상인과 예외적인 모습의 쿨리 등 각 계급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의 연기가 완성도를 가져야 관객들이 그들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제32회 서울연극제 연기상, 2014년 제3회 셰익스피어 어워즈 남자연기상, 2019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자랑스런 연극인상에 빛나는 장용철이 상인 역할을 맡아 극을 주도한다. 상인 역할로 더블캐스팅 된 김 천, 길잡이 역할의 공재민, 쿨리 역할의 송현섭 등의 연기도 깊이를 더한다.
연출을 맡은 김지은 연극집단 반 대표는 "20년 전에도 '예외와 관습'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이 직접 유·무죄를 투표해 평결을 냈었는데 20년이 지난 현재의 관객들은 얼마나 다른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면서 "브레히트 희곡은 계급사회가 공고하던 시기에 집필된 것이지만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요즘 한국 사회에도 많은 생각할 지점을 건네준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브레히트 희곡이지만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어 최대한 쉽게 풀어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밝혔다.
연극 '예외와 관습'은 7월 21일부터 8월 7일까지 대학로 씨어터 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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