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훈련 또 훈련’을 강조했다. ‘병’을 ‘용사’로 추앙해 온 육군이니 전투적인 용사집단이 돼야하는 게 정상일진데, 연예인만 보인다. 오죽하면 ‘용사여 곤뇽(육군을 거꾸로 뒤집음)을 무찌르세요’라는 우스갯말이 나올까.
멋진 특전복을 차려입고 저배율 가변 조준경을 거꾸로 단 여군이 등장하는 ‘장교·준사관 모집 포스터’는 육군이 얼마나 외형에 집착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델이 민간인이었다면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지만, 특전사 소속의 현역 중위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도 워리어플랫폼 등 육군이 목에 힘을 줘가며 자랑하던 첨단장비의 시연을 보여온 국제평화지원단의 장교다. 육군은 이 장교의 일과 등을 국방TV 등에 내보내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미인대회 출신자이고, 이색스포츠 선수이기에 육군은 군인 본연 임무보다 육군을 이쁘게 보이게하는 모델의 임무를 부여했나 보다. 현역 군인이 현안 과업보다 과업 외 활동이 많다는 것은 ‘공무원의 겸업 금지 규정’을 위반할 수도 있다. 관련 질의를 던져도 언제나 그랬듯 ‘돌아오지 않는 전우’처럼 육군의 회신은 없었다.
장교뿐일까. 병도 규정 밖에서 생활하는 특별한 분들이 계신다. 군 당국은 과거 특정 고위군인들이 멋대로 운용하거나, 복무일탈 등의 문제로 2013년 국방 홍보지원대원(연예병사)제도를 폐지했다. 입에 달지만 건강에 해로운 식품이 근절되지 않듯, 싸고 편리하게 군을 홍보해주는 그 맛을 군이 어떻게 끊을 수 있겠나.
육군 창작뮤지컬에는 연예인 출신 병들이 대거 참가한다. 이들은 각자 원소속 부대가 있음에도 육군본부가 짠 스케쥴에 맞춰 무대에 올라선다. 그렇다보니 일선의 병들과 다른 특혜가 주어지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병들에게만 들이미는 바리깡이 이들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간부형 두발보다 더 긴 장발을 해도 저지당하지 않는다. 병무청 유튜브 채널에 30문 30답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아이돌 출신의 모 병장은 방탄헬멧과 베레모가 제대로 씌여지지 않을 듯 풍성한 모발을 뽐냈다. 전투복 가슴에는 9사단 특급전사 기장이 부착돼 있지만, 소속부대 표지장은 육군본부가 붙어있다.
육군 창작뮤지컬에 참가하는 장병들에게는 고가브랜드 패딩이 오래 전부터 보급됐다. 장병들은 사이즈 불량 등으로 진통을 겪은 롱패딩도 최저입찰로 지급되는데 말이다. 전투보다 잿밥에 빠져있는 육군이 제대로 된 훈련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실전성보다 보여주는게 중요할테니. 훈련이 이럴진데 ‘싸워 이기는 것’이 가능할까. 지난달 10일 경기 양주 25사단에서 아미타이거 시범전투여단 창설식에서 워리어플랫폼 장비로 온 몸을 감싼 박정환 총장의 모습이 잿밥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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