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자신의 축구 실력이 늘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훈련과 경기 중 데이터를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기 '사커비'가 있다면 가능하다.
"선수들의 축구 훈련을 본 사람이라면 유니폼 안에 또 조끼를 입는 모습을 한번쯤은 보셨을 것 같습니다. 바로 GPS를 활용, 축구 데이터 분석을 위한 전용 조끼인데, 몸에 착용하면 선수의 움직임을 모두 추적해 뛴 거리, 최고속도, 스프린트 횟수 등 데이터를 기록합니다. 하지만 프로 팀에서 활용하는 솔루션은 사용법이 복잡하고 가격도 비싸 아마추어 선수들이 쓰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워요. 사커비는 바로 이 틈새를 노리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축구인들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 '사커비(SOCCERBEE)'를 개발한 유비스랩의 황건우 대표를 만났다. 황 대표는 지난 2018년, 축구가 너무 좋아서 다니던 대기업을 관두고 창업까지 도전한 '축덕(축구 마니아)'이다.
"제가 회사에 다니던 때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키워드가 기술의 주류를 이루면서 다양한 센서 기술이 개발돼 보급되던 때였어요. 당연히 스포츠에도 기술이 도입됐고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고요. 러닝, 자전거, 그리고 골프까지 데이터 분석 서비스가 등장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축구 시장은 기술 도입이 전무한 상태였지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 중 하나인데…. 데이터를 도입해 축구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았어요."
웨어러블 기기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정밀한 센서 기술은 물론, 다양한 환경에서의 정확도와 내구성까지 모두 갖춰야 한다. 여기에 더해 시장성까지 갖추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까지 필요하다.
황 대표는 창업 전, 대기업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양산까지 적용하는 업무를 맡았다. 또 데이터 분석과 개발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이런 경험은 사커비 개발과 창업에 큰 도움을 줬다. 아마추어 축구인으로서 누구보다 시장에 대해 잘 안다는 점도 물론 큰 자산이 됐다.
"전세계에는 약 3억 명의 아마추어 축구인들이 있다고 합니다. 프로축구 선수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데이터 분석의 혜택을 경험하고 이를 토대로 실력을 키우고 있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나와 동료들이 얼마나 뛰었는지, 어떤 부분에서 부족했는지 알 길이 없어요. 하지만 더 잘 하고싶은 마음은 모두 같지요."
내가 축구 경기에서 뛴 거리나 스프린트 횟수를 알면 정말 실력이 늘까. 해외 프로 축구 구단들의 사례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프로 축구 리그에는 이미 '전자 퍼포먼스-트레킹 시스템(EPTS·Electronic Performance and Tracking Systems)'으로 불리는 소형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훈련이 도입된 지 오래됐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독일이 분데스리가 호펜하임 클럽의 모기업 SAP사의 EPTS 시스템을 활용해 탁월한 효과를 본 바 있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도 EPTS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장비들의 가격이다. 적게는 수백에서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것은 물론 분석법 또한 복잡하다.
사커비는 오로지 아마추어 축구 시장을 겨냥해 일반인도 부담없는 가격에 사용하기 쉽게 개발됐다. 이러한 점에 시장도 호응했다. 유비스랩에 따르면 7월 현재 전체 이용자 수는 약 2만 명 수준이며 매년 40%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 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은 유비스랩에 치명적이었다.
"코로나19 기간, 축구를 할 수 없는 환경이 되자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해 막 시장성을 검증하는 단계에서 이러한 위기를 겪으니 구체적인 성장지표를 확보하기 어려웠고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어요. 문제는 이 상황이 2년 간 이어졌다는 거지요. 다행히 지난해 말부터 다시 축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지표가 정상화되었고 코로나19 기간 동안 확보한 기술과 경험, 데이터는 완성도 있는 서비스의 밑천이 될 수 있었어요."
황 대표는 코로나19로 누구도 경기장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던 때 계획보다 서둘러 해외 시장으로 진출했다. 국내보다 먼저 리오프닝(일상활동 재개)을 선언한 국가 등을 공략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국가와 문화적 배경에서도 시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국내시장에서 달성하지 못한 매출 지표를 해외시장에서 만회했고 몇몇 국가에서는 현지 파트너사들도 확보했다. 올해는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참이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