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강한 금리 인상을 지속한다면 자산시장은 더 나빠질 것이다."
증시 전문가인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트로신문(메트로경제) 주최로 지난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2 100세 플러스포럼 시즌2'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또한 지난 13일 한국은행도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섰다.
김 센터장은 "긴축을 하고 경기가 좋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긴축 자체가 어느 정도 경기를 억눌러서 물가를 잡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여러 가지 경제 지표들이 나빠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시기인 ▲1차세계대전 ▲2차세계대전 ▲오일쇼크 등의 사례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 중에는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찍어 내면서 돈의 가격이 떨어져 물가가 올라가는 경우와 경기가 좋은 상황에서 소비 증가로 인한 물가 상승의 경우가 있다"며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오일쇼크 등 이 세 시기에 뚜렷한 공통점은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물가가 올라간 것"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물가 상승이 세 시기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이 공급 쪽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차질과 고유가 시대를 맞은 것이 인플레이션 발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김 센터장은 "중앙은행이 과잉 수요가 있을 때 금리인상을 단행해 수요를 억눌러 물가를 잡을 수가 있다. 다만 지금의 물가 상승 대부분이 공급 쪽에서 발생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안됐으며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불안으로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은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때 금리를 올리는 것이 기본적인 처방인데 금리를 올렸다고 전쟁과 질병을 막을 수 없다"며 "수요를 억눌러서 물가를 잡는 처방이 내려지고 있지만 그 다음에는 경기 침체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의 외환위기 ▲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S&L) 파산 사태 ▲90년대 중반 신흥국 외환위기 ▲90년대 말 IT 버블붕괴 ▲2000년대 미국 모기지 시장 붕괴 등의 사례들을 분석해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에는 항상 글로벌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민간의 부채가 너무 늘어나 소비는 줄어 들어 만성적인 정체를 보이게 된다"며 "민간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보다 큰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해 금리가 올라갔을 때 받을 리스크는 미국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달러 강세와 한미 금리 역전, 세계화의 후퇴로 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의 긴축 기조가 완화돼야 금융시장의 불안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도 최근 코스피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밑으로 떨어져 주식이 저평가된 것이라면서도 ▲IMF 외환위기 ▲IT 버블붕괴 ▲내수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사례를 소개하며 과거에 코스피가 PBR 1배 밑으로 떨어진 사례는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경기 침체를 멈출 수 있는 것은 미국에게 달려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이 올 가을 이후 매파(통화긴축)적인 기조를 완화한다면 우리가 얼마 전에 봤던 주가의 저점이 이번 사이클의 저점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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