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이 '취약계층 보호'냐 '도덕적 해이 방조'냐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의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때 나온 내용인데, 일부 소상공인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나라가 빚을 대신 갚아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의 핵심은 자영업자·소상공인·사회 초년생 등 우리 사회의 금융 취약계층이 고금리 시대에 눈덩이처럼 커지는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이런 문제가 사회 전체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차원에서 이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줄여주거나 상환을 유예해주겠다는 것이다.
얼핏보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반발이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빚을 갚지 않은 소상공인들의 채무를 연장해주거나 청년들의 투자손실을 정부가 갚아주면 그 동안 고통을 참으며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들은 '바보'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융위 측은 정부가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게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그 단초는 금융위가 제공했다. 금융위의 공식 보도자료에도 가계부채가 현재 1860조원이 된다면서 이 가운데 신용대출 270조원, 기타 609조원 등에 위험투자, 즉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에 대한 투자가 포함돼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금융위는 많은 청년들이 저금리 환경에서 재산 형성수단으로 저축 대신 돈을 빌려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 투자한 결과, 2030세대의 신용융자 잔액이 주요 10개 증권사 기준으로 2020년 6월말에는 1조9000억원에서 2021년 6월말에는 3조6000억원으로 늘었다고도 했다.
이런 자료를 근거로 금융위는 여러 해법을 제시했는데, 예를 들어 '새출발기금' 30조원을 조성해 소상공인들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거나 부실채권을 매입해주기로 했다. 청년들을 위해서는 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을 신설해 자격이 미달되더라도 이자감면과 상환유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결국,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국가가 이를 대신 갚아주거나 탕감해준다는 주장이 나올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안 그래도 이달 초 서울회생법원이 대출을 받은 후 주식 또는 가상화폐에 투자한 뒤 원금을 잃고 개인회생을 신청할 경우 해당 손실액을 '갚아야 할 돈'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에도 법원이 '빚투'(빚내서 투기)·'먹튀'(먹고 튀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투자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판단이고, 본인의 책임 하에 이뤄지는 것이다. 본인이 책임져야 할 투자 손실을 왜 정부가 갚아주냐는 반발은 당연하다. 수익이 났다고 이를 정부와 나누는 것도 아닌데 왜 공적 자금인 세금을 일부 투자손실한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하냐는 반발은 요즘 핫 이슈인 '공정'과도 연결된다.
지금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온 나라가 힘들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에 이상기온,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민생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잘못된 '사인'을 보내면 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국민과의 소통이 문제인지, 정책입안의 근본 철학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부는 취약계층 보호와 도적적 해이 방지에 대한 논란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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