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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지음/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

 

문보영 시인은 '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후배의 물음에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필자는 조지 오웰이 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다가 사람을 '올바르게' 미워하는 법을 배웠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조지 오웰이 1930년대 중반 대공황기에 대량 실업으로 고통받는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해 쓴 르포다. 오웰은 두 달간 랭커셔와 요크셔 지방 일대 탄광 지대에 머물며 그들의 삶을 생생히 기록해 낸다. 책의 전반부에는 그가 탄광촌 노동자의 밑바닥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브루커 부부의 하숙집에서 지낸 이야기가 나온다.

 

오웰에 따르면, 집주인인 브루커 부부는 모든 하숙인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들의 집에 묵고 있는 스코틀랜드인은 일주일에 1파운드를 냈지만 온종일 밖에 나가지 않아 눈엣가시가 됐고, 라일리 씨는 아침에 아래층에 내려오면서 부부의 잠을 깨워 미움을 샀다. 하숙집의 식탁 밑에는 요강단지가 가득 차 있고, 음식은 더럽게 형편없고 냄새났다.

 

오웰은 "끊임없이 비열한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브루커 부부 같은 사람들의 가장 끔찍한 점은 같은 얘기를 하고 또 한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매일 시시하고 장황하고 무익한 이야기를 끝없이 연습하는 유령 같다"고 말한다. 흥미롭게도 오웰은 자기에게 위해를 가하는 인간들을 미워하기 보다는 그런 사람들을 만들어낸 사회 시스템을 비판한다.

 

그는 "브루커 부부 같은 사람들은 역겨우니 잊어버리면 그만이라고 해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이런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 역시 근대 세계 특유의 부산물"이라며 "그들을 만들어낸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 역시 산업화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 가운데 일부"라고 밝힌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횡단하고, 최초의 증기 엔진이 돌아가고, 워털루에서 영국군이 프랑스군의 총포를 견뎌내고, 19세기의 애꾸눈 악당들이 하나님을 찬양하며 제 호주머니를 채우는 것, 이 모든 일의 결과로 미로 같은 슬럼가가, 나이 들고 병든 사람이 바퀴벌레처럼 빙글빙글 기어 다니는 컴컴한 부엌이, 불만에서 시작해 푸념을 늘어놓는 브루커 부부 같은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책은 이야기한다. 328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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