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학과 증원 계획 발표...사실상 수도권 중심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지방대학 소멸 가속화 우려 높아
대학 재정 위기 상황인 만큼 고등교육 재정지원 시급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지방대학 시대'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정부의 반도체학과 증원 계획이 수도권 중심으로 추진되는데다 편입생 쏠림 현상도 심화될 전망이어서 재정난 등에 처한 지방대학의 위기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학과 증원, 사실상 지방대학 소멸 가속
정부는 최근 규제 완화와 재정 투자 확대를 통해 향후 10년간 수도권대 중심으로 15만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학 4대 요건' 중 교원확보율만 충족한다면 학부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이는 수도권·비수도권 대학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수도권 대학에 집중될 모양새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이제는 지방대학', 일명 지방대학 살리기 정책과는 상충되는 기조로 원활한 병립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일수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40개 대학에 (반도체학과 학부 증원) 수요조사를 한 결과 수도권은 14개교가 1266명, 지방은 6개교가 315명 증원 의향을 제출했다"며 "수도권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두고, 비수도권은 여기에 더해 수도권보다 재정지원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학부 증원은 현재 2000명 정도가 예상되지만 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과 다름없어 '수도권 쏠림' 구조의 형성이 불가피해진다. 수도권 쏠림 현상과 함께 지방대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반도체 관련으로 수도권 정원을 더 늘려주는 식의 이야기는 지방대학에게 굉장한 위기감을 조장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박병영 경상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제397회 임시회 제3차 교육위원회에서 이를 반대하고자 '수도권 반도체 학과 정원 증원 반대' 대정부건의안을 교육위원회 안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대학학부 수준의 인력양성은 지방대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 반도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방 소멸 현상을 억제하고 국가의 균형발전이 가능하려면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 관련 인력양성이 선행적으로 추진돼야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상생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가 재정난…편입생 확대 추세
반도체학과의 수도권 증원은 대학별 양극화를 야기하며 재정난을 부추길 여지도 존재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반도체 관련 학과는 대기업과 상위권대 위주로 집중돼 대학 간, 학과 간 양극화까지 심화될 수 있다"며 "일부 경쟁력없는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에서는 모집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은 지금도 학령인구 감소, 자퇴생 증가, 통합 수능 도입 이후 급증한 N수생 증가 등의 이유로 신입생 충원에 점점 어려움을 느끼며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메우기 위해 편입생 모집 인원도 확대됐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편입 모집 인원은 2018학년도 1229명에서 2022학년 1761명으로 43.4% 늘어났다. 1761명은 최근 5년 사이의 수치 중 최대치이다.
우려되는 지점은 국내 편입의 루트이다. 국내 편입은 지방대에서 수도권대로의 이동하는 구조가 예상되기 때문에 지역별 양극화 심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대학 재정난의 원인을 14년째 동결중인 등록금을 지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14년째 동결임에도 경쟁국에 비해 비싼 축에 속하며, 오히려 재정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는 실정이다.
2021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2019~2020년 연평균 등록금 기준 사립대학은 7위(8582달러), 국립대학은 8위(4792달러)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등교육 공교육비 지출액은 OECD 평균 1만7065달러인 것에 비해 한국은 1만1290달러로 평균의 66%에 불과하다. 이는 GDP 대비 0.6% 수준이다.
자세히 살펴봤을 때 대학 재정난의 원인은 등록금 동결이 아닌 부족한 고등교육 재정 지원에 있다. 정부도 해당 부분을 인정하며 유·초·중등의 교육교부금 중 일부를 고등교육에 나눠 주는 교부금 개편 등의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오히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OECD 기준에 맞춰 평균 1%라면 1.1% 정도를 목표로 하자는 이야기 나왔다"며 "고등교육을 위한 예산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고등교육도 내국세를 연동하는 등 특별법을 만들어 안정적인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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