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 휴업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은 지난 2010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012년부터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데, 지난 20일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규제개혁 차원에서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 휴업 폐지를 거론하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강승규 수석은 국민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온라인으로 의견을 물어 제도를 개선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기간에 온라인 배송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도 불가능했지만 이런 규제는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폐지 논쟁이 국민 사이에 갈등을 키우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이번 논쟁에서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속으론 할 말이 많겠지만 직접 표현은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경제단체나 학계 등이 이들을 대신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골목상권을 파괴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주장은 실제로도 설득력이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발의된 2010년 이후부터 세상이 빠르게 변했기 때문이다. 그 즈음부터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우리 생활은 PC나 모바일 등 인터넷 환경으로 급격하게 변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새벽배송, 총알배송 등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 e커머스 등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e커머스 산업이 급성장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정부의 수많은 통계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유통 공룡'이라며 비판의 대상이 됐던 대기업들도 변화하는 시대흐름에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결과, 지난 2년간 수많은 대형마트들이 문을 닫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당초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제대로 역할을 했냐는 질문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의 본질은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의 대립이 아니다. 세상이 변했고 소비자가 변했다. 메가트렌드가 이미 4차산업혁명으로 변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골목상권을 누가 죽였냐'며 마치 살인사건 수사하듯이 대형마트를 범인으로 몰아붙이는 건 지금 상황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
유통 대기업들도 과거 공룡처럼 멸망하지 않기 위해 뼈를 깎는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재래시장, 소상공인들은 이들처럼 막강한 자본과 인력이 없지만 그래도 변화를 해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아니라 재래시장, 소상공인들의 변화를 지원하는 '진흥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다만, 소상공인들의 주장처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여부를 마치 인기투표하듯이 처리해선 안 된다. 우리 공동체의 또 다른 구성원들을 다수결의 힘으로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를 희생시켜 규제를 푸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또 다른 갈등만 유발할 뿐이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이 문제를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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