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례도 점호도 체력단련도 필요없다는 용사들
당나라 군대라 부르는 나라에도 없는 군기빠짐
용사의 자질부터 갖추고 용사로 불러야...
'용사(勇士)'의 뜻은 용감한 전투원을 의미한다. 언제부터인지 육군은 '병(兵)' 신분의 군인을 아울러 용사라 칭하고 있다. 최근 모부대 건의사항을 보면, 육군이 용사로 떠받드는 병들이 진정한 용사일까라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입과 현실이 다른 것은 'K국방'의 특징일지도 모른다.
이번 건의사항에는 ▲경례를 왜 해야하나 ▲점호를 해야하나 ▲뜀걸음이나 체육활동을 하지말자 등의 내용이 입대한 지 얼마되지 않은 후임병들로부터 나왔다. '거꾸로 돌아가는 군대'라는 표현이 딱 맞다. 육군이 뒤집히면 곤뇽이 되는데 '용사여 곤뇽을 죽이세요'라는 표현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부대 밖에서 장교 등 선임자를 보고 경례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기본적 예의가 사라진 군대다.
최근들어 전투복 상의를 입지않고 전철과 노상을 활보하는 육군 장병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예비군일 것이다', '동사무소 상근병일테지'라는 반응이 나온다. 동원예비군을 비롯해 예비근 소집과 퇴소시간도 아니었고, 동대 상근병의 활동범위를 넘어선 이동이었다.
용사를 떠받드는 육군에 직접 담은 사진과 함께 원인을 물어보면, 항상 그렇듯 관계자들은 "출타 전 교육을 했을 것이다.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는 답변만 나온다.
정신력을 강조하는 육군에게 당나라군 취급하는 미군과 일본자위대에서는 볼 수 없는 일들이다. 오죽하면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지역의 여성 시의원이 비웃겠는가.
'끌려 온 군대인데 병들이 더우면 옷 좀 벗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 합리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장병들에게 전투복은 더우면 어디서나 벗는 게 더 합리적으로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독한 상황에서 인내를 냉정을 찾고 질서를 유지해야 군인에게는 평상 시 몸에 익혀두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군인들을 기다리는 전쟁터는 추위와 더위, 배고픔과 갈증, 고통과 공포가 도사린다. 평소에 군복도 제대로 착용하지 못할 정도의 마음가짐으로는 냉정을 찾기 힘들 것이다. 평상심을 잃은 군인과 부대는 승리를 위한 질서있는 퇴각과 전진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약탈과 강간, 방화와 파괴를 더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국군조직법과 군인사법에도 없는 신분인 용사를 제정한 육군수뇌부가 진정한 용사의 자질을 키워주고 있는지 되묻는다.
장병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어려워 '립서비스'라도 해보겠다는 군수뇌부의 의중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 군기마저 붕괴돼, 조직의 유지도 벅차 허우적거리는 군대라면 적어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군 당국이 용사의 기본자세인 군기를 바로 잡지 못한다면, 시민사회와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다. 입으로 '했다치고'만 외치는 군수뇌부에 군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군기감시옴브즈맨 제도를 통해 시민 모두가 군인을 감시하고 교육할 수 있는 문화와 제도가 뒷받침 돼야할지도 모른다. 포상신고제 도입도 고려할 법하다.
그렇다고 시민들이 군인에게 헛군기를 잡거나, 혼만 내어서도 안된다.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모범을 보인 군인들에게는 칭찬과 포상이 주어지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군사경찰도 군기순찰을 포기하고, 지휘관들도 눈치만 보며 립서비스에 빠진 육군의 미래는 우크라이나군에 쫓기는 러시아군과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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