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초교 입학은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학제 개편안
발달 단계상 맞지 않아 되레 학교 부적응아 양산
교육 주체 배제 정책 강행...헌법 훼손 중대 사안
정부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발표에 교육계는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입장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특히 교육 주체를 배제한 정책 강행이라는 점에서 교육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발표 이후 교육 현장, 교육 단체 등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교원·전문가들은 만 5세의 발달 단계상 초등학교 입학은 적합하지 않다며 정책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권정윤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겸 한국 4년제 유아교사 양성대학 교수협의회 회장은 "만 5세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다는 것은 무리하고 억지로 만든 학제 개편안"이라며 "만 5세의 아이들은 주의 집중력이 성숙되지 않아서 20분 이상 책상에 앉아 있기도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학교 부정응아들을 양산하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분석했다.
가장 문제로 지목한 지점은 이번 사안이 교육 주체를 배제한 정책 강행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은 헌법 제31조 4항에서 정의하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조기 입학은)공약에도 없고, 인수위 논의도 없었고 하물며 교육계나 교육 현장, 전문가 등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업무 보고를 진행했다는 점이 아쉽다"며 "교육 정책은 굉장히 신중하게 내세워야 되는 부분인데 너무나 급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손혜숙 경인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 겸 한국전문대 유아교육과 교수협의회 회장도 "실제로 아이들의 학습적인 수명이 5분에서 16분 정도밖에 안 되는 것에 비해 초등학교에서 요구되는 집중력은 1교시 40분으로 만 5세의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다"며 "교사 자격 취득 과정에서도 유치원, 보육, 초등 교사가 별도로 분리돼 있는데 초등 교사가 유치원 교사 자격증까지 동시에 갖고 있을 확률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교사 자격증이 다 분리돼 있기 때문에 만 5세의 발달 특성에 알맞는 유아기 해당 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가 초등학교에는 없을 확률이 크다. 손 교수는 현재의 교사 양성 체계로는 무자격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맡기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진행한 긴급 설문에 따르면 교원의 95%가 만 5세 초등 입학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1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단 3시간 만에 1만662명이 참여하면서 현장에서 해당 사안을 주목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특히 반대 의견 중 '매우 반대' 비율이 89.1%에 달해 부정적 정서가 압도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찬성 의견은 5.3%에 불과했다.
만 5세 초등 입학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동의 정서 등 발달단계와 교육과정 난이도 등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점을 절대다수인 82.2%가 꼽으면서 현재까지 나온 교육계 의견에 힘을 실었다.
교육계의 이같은 강경한 반대기류와 달리 교육부는 여전히 정면 대응을 회피하고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일 이뤄진 도어스테핑에서 "취학 연령 하향을 업무보고에 포함시키게 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성장에 있어서 모두가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고, 국가 책임교육제 하에서 보다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며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고견을 경청을 하고 있으니 다양한 의견들을 주시면 연말에 그런 의견들이 종합된 정책 시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교육 주체의 의견은 듣지 않고 강행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모순된다.
이어 박 부총리는 "유치부 과정에 초중고교 12년을 더하는 방안, 13년을 더하는 방안을 얘기하는 분들도 있다"며 "해당 방안을 꼭 배제하지는 않지만 우선 순위는 12년으로 가는 것에 맞춰져 있다"고 말하며 12학년 체제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현장에서 이렇게 강경히 반대함에도 해당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할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38개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26개국(68.4%)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은 만 6세다. 현재 한국 초등학교 입학 연령 역시 만 6세이기 때문에 평균에 알맞는 연령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부총리의 비교육 전문가 지적이 다시 상기되고 있다. 이번 업무 보고 이후 조기 입학, 외고 폐지 방안 등에 교육계의 비판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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