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지음/북라이프
인생의 낙 중 하나는 '맛집 투어'다. 늦은 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짜장면을 맛있게 먹는 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면서 침을 줄줄 흘리다가 잠들었다. 다음 날 눈 뜨자마자 맛집으로 소문난 중식당으로 달려갔다. 이게 웬걸? 이미 중국집 안은 '사람들이 다 어제 같은 프로그램을 봤나' 싶을 만큼 인파로 북적였다. '내 자리는 어디에도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슬픔에 잠기려던 그때, 눈에 빈자리 하나가 들어왔다.
신나서 자리에 앉으려는 데 앞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던 사람이 필자의 행동을 저지했다. 그는 "코로나도 심한데 다른 데 가서 앉으시죠?"라고 했다. "자리가 여기밖에 없는데요?"라고 답했더니 그래도 안된다는 듯 고개를 빠르게 가로저었다. 쿨한 척하느라 손으로는 알겠다는 뜻으로 오케이 사인을 했지만,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 필자는 속으로 '네가 이렇게 성격이 더러우니까 토요일 황금 시간대에 맛집에서 혼밥을 하는 거야'라고 상대를 꾸짖었다.(본인도 혼자 왔으면서!)
이처럼 사람을 열받게 하는 인간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카피라이터 김민철은 에세이 '모든 요일의 기록'에서 인간을 배우기 위해 계속해서 소설을 읽는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왜 나와는 다른 것인지, 왜 나와는 다른 선택으로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를 짚어간다"며 "현실 속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희박한 이해의 가능성을 소설을 통해서 약간이나마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소망하면서 읽는다"고 말한다.
저자가 소설을 읽으며 타인을 알아가는 것과 비슷하게 필자는 살면서 마주하는 빌런(악당)을 주인공으로 한 픽션을 써보며 그를 이해하려 애쓴다. 중국집에서 만난 프로 혼밥러는 어떤 삶을 살았기에 저런 성정을 갖게 됐을까. 그는 코로나에 걸렸다가 된통 고생한 기억이 있어 감염에 대한 공포가 심한 사람일 수 있다. 아니면 집에 노부모를 모시며 사느라 감염병에 걸리지 않게 특히 더 조심하는 걸 수도 있다. 혹은 고독한 미식가라 음식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는 혼밥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그런 행동을 했으리라고 상상해볼 수도 있겠다. 이야기 창작 과정이 고통스럽다면 '모든 요일의 기록' 저자처럼 소설책을 읽어도 좋다.
광고인 김민철은 "소설책을 편다. 거기 다른 사람이 있다. 거기 다른 진실들이 있다. 각자에게 진실을 돌려주려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좁고 좁은 내가 카피라이터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고백한다. 280쪽.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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