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 시급한 교육 현안부터 처리해 달라 질타
정부는 직접 '철회' 언급하며 한 풀 꺾인 기세 보여
부총리 못 믿어...'철회 고려' 아닌 '즉각 철회' 원해
교육부가 추진했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정책이 뒤늦게 공론화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즉시 철회'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계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급한 현안을 우선 살펴달라고 호소했지만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여전히 회피하는 모습이다.
박 부총리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학기 코로나19 학사운영 방침을 발표했지만 이후 브리핑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대변인실은 브리핑 전 긴급하게 '브리핑 후 박 총리가 질의를 받지 않는다'고 알렸다며 서울 일정으로 인해 바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부총리는 이날 2시 국회에서 열리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책 토론회에도 불참했다. 사실상 논란이 되고 있는 학제 개편의 질문을 회피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논란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같은 날 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유아의 삶과 행복한 성장은 안중에도 없는 교육정책 추진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교육현장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교육정책은 성공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책임교육 강화를 위한 학부모 간담회'에서 "국민이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정책 철회를 시사했다. 장상윤 차관 역시 3일 "의견 수렴 과정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 들어 지금은 아니라는 (정책 철회) 판단이 나오면 그것조차 받아들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교육계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학부모 단체 대표들은 정책의 '철회 고려'가 아닌 '즉각 철회'를 촉구하며 끝까지 만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지현 사교육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박 부총리가 학부모, 현장과 소통하겠다는 제스처만 취하고 현장의 즉각 철회 요구는 받지 않는 것"이라며 "이제 학부모와 국민들은 박 부총리의 말을 믿기 어려우니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결단을 요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만 5세 초등학생' 만들기보다는 현장이 필요로 하는 과제부터 처리해 달라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3일 진행됐던 '학제 개편 관련 유치원 학부모 간담회'에서는 초등학생 돌봄 문제를 우선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초등 전일제나 방과후 돌봄 등을 질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사교육비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나 여러 재원들이 질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이번 정책은 교육 주체와의 논의 없이 강행돼 발표부터 교육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권정윤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겸 한국 4년제 유아교사 양성대학 교수협의회 회장은 "(조기 입학은)공약에도 없고, 인수위 논의도 없었고 하물며 교육계나 교육 현장, 전문가 등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업무 보고를 진행했다는 점이 아쉽다"며 "교육 정책은 굉장히 신중하게 내세워야 되는 부분인데 너무나 급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초등생 입학 연령을 낮추는 문제임에도 '교육청 패싱' 등 독단적으로 추진한 모습에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소통을 요청하기도 했다. 3일 진행된 '교육부장관-시도교육감 영상 간담회'에서 조희연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논의하지 않고 무심코 발표하는 정책은 교육 현장에 혼란을 야기한다"며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주길 다시 한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박 부총리는 학제 개편 추진 방안과 관련해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사회적 논의의 시작 단계였다"며 "앞으로 교육감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 추진방향을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 역시 초반과 다른 반응을 보이며 학제 개편은 암묵적으로 철회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으로 비쳐지고 있다. 안상훈 사회수석비서관은 2일 현안 브리핑에서 "필요한 개혁이라도 관계자 간 이해관계 상충으로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공론화를 추진하고 국회와의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는 윤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발표 초반 '신속 강구' 지시를 내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학제 개편에 속도를 내던 정부가 교육계와 학부모 등 현장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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