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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공원 품은 광화문광장', 시위 막는 꼼수?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옥상에서 촬영한 광화문광장 모습./ 김현정 기자

서울시가 이달 6일 '공원 같은 광장'이라는 컨셉으로 만든 새 광화문광장을 개장했다. 광장을 공원화해 집회·시위를 막으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시에 따르면, 재조성 공사를 마치고 다시 돌아온 광화문광장은 서쪽 차로를 없애고 보행로를 넓혀 총 면적이 기존보다 2.14배(1만8840㎡→4만300㎡)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녹지 면적이 종전 2830㎡에서 9367㎡로 3.3배 늘어난 점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1인당 공원면적이 좁은 서울에 녹지가 생기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숲을 조성한 장소가 광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02년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압사당한 사건에 항의하는 촛불집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집회 등이 열리는 장소로 활용돼 풀뿌리 민주주의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던 광화문 광장이 공원화되면 제 기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필 서울시 광화문광장 사업반장이 5일 세종문화회관 옥상에서 열린 광장 재조성 관련 현장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5일 개최된 광화문광장 프레스투어에서 서울시는 이번에 재탄생한 광화문광장은 집회·시위를 위한 장소가 아닌 시민의 문화 향유 공간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 자리에서 강성필 서울시 광화문광장 사업반장은 "기존에 광화문광장 자체가 집회나 시위 용도로 많이 사용돼 쓸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설치해 시민들이 앉아서 쉴 공간들로 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강성필 반장은 ▲사헌부 터 유구 발굴 현장에서 드러난 지층을 형상화해 만든 '시간의 벽천' ▲시민들이 음식을 가져와 앉아서 먹을 수 있는 '모두의 식탁' ▲해치마당 경사벽에 설치되는 53m 길이의 '영상창(미디어 월)'을 그 예로 들었다.

 

'광장에 숲이 생기면서 시민들이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줄었느냐'는 물음에 광화문광장의 설계를 맡은 조용준 서울시 공공조경가는 "숲을 제외한 열린 광장은 최대한 기존 것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옛날에 도시를 만들 때 우리 조상들이 뒤쪽으로 광화문과 백악산이 보이는 풍경을 중시했다"며 "열린 풍경을 만들려고 엄청 노력했다. 광장 중심부 열린마당을 최대한 존치하는 계획을 세웠고, 면적은 (이전 광화문광장과) 거의 비슷하다"고 답변했다.

 

조 조경가는 "이번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통해 일상적인 숲을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서 집회가 없고 이제는 일상을 위한 공간, 그리고 여러가지 이벤트와 축제가 생기는 공간, 그런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각종 정치적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창구인 도심 한복판 광화문광장이 공원으로 바뀌면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장치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광장 공원화로 집회·시위가 축소된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의도광장은 1999년 여의도공원으로 재조성되면서 '군중집회 1번지'라는 타이틀을 광화문광장에 내어줬다. 2019년 서울시는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이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탠핵 반대 시위를 벌이자 총 139개 대형 화분을 광장 남측에 배치해 천막 설치를 막았다. 당시 우리공화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좌파시장 박원순이 화분으로 막아보고, 문화재 발굴까지 끌어들여 우리 당의 천막설치를 막아보려 하지만 광화문광장을 지키겠다는 태극기 애국세력과 당원들의 확고한 의지와 뜨거운 열정을 결코 막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는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시위 저지를 위해 물리적인 하드웨어 변화뿐만 아니라 서울시 조례 등 관련 소프트웨어도 손보겠다고 예고해 시민사회와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4일 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나 시위가 진행되지 못하게 광장 이용 신청을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는 광장 사용료(현재 1㎡/시간에 10원)를 인상하기 위해 '서울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참여연대는 5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가 이번달부터 소음·교통·법률·경찰·행사 등 5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자문단'을 꾸려 행사의 성격과 주변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겠다고 한다"며 "이 같은 서울시의 방침은 광장이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편파적 행정이자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실련도시개혁센터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새 광화문광장은 시작부터 집회 불허를 천명한 반헌법적 광장"이라며 "시는 2020년 진행한 자체 연구용역에서 소음 기준을 통한 일률적인 기준 마련이 어렵고, 편의적 행정행위로 행정소송이 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아놓고도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또 "애초 시민광장과 역사과장으로 구분하고 시민광장은 민주주의의 광장으로서 광화문광장의 상징성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각종 정원 장식물로 지워졌다. 확실히 광화문광장은 광화문정원이 됐다"며 "2009년 오세훈 시장이 닫았던 서울광장을 시민발의로 열었던 것은 다름 아닌 시민들의 힘이었다. 결국 서울시 조경사업으로 끝난 광화문광장이라니, 만시지탄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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