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시장 침체에 미중분쟁 등으로 투자 계획을 세우기 조차 쉽지 않은 상황, 반도체 업계도 탈출구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하며 다음분기 매출 전망치를 더 낮췄다. 6~8월 매출이 지난 6월 제시했던 수준보다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 것.
마이크론은 지난 실적 발표에서도 하반기 불황을 예상한 바 있다. 그나마 서버 시장에서는 견조한 수요를 기대했지만, 이후 재고 수준이 더 악화됐다며 내년까지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메모리도 사정이 나쁘다. 엔비디아는 최근 5~7월 매출이 시장 예상보다 17%나 낮은 수준이라고 예비 보고서에서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제 침체다. 소비재 수요가 줄면서 메모리와 GPU 재고도 급증한 것. 소비재 부문 비중이 높은 엔비디아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TSMC와 Arm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AMD와 퀄컴 등도 뒤를 이어 '쇼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부터는 일부를 제외한 반도체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는 치명적이다. 주력 분야인 메모리 수요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서버 수요는 견조하다고 밝혔던 상황, 고부가가치 수요인 GPU 분야에서도 실적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외교적인 충격도 본격화하고 있다. '칩4'가 추진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에 10년간 투자를 금지하는 조건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법'을 공포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준비하고 있던 국내 업체들이 주력 생산 기지인 중국에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되면 생산성을 높이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도 불쾌한 속내를 숨기지 않으면서 국내 업체들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오히려 '초격차' 추격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마이크론이 감산까지 염두에 둔다면서도 2030년까지 4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 반도체 육성 정책에 힘을 더했다. 퀄컴도 2028년까지 현지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에 10조원 수준 수주 계약을 단행했다. 국내 업체들이 투자 계획을 잇따라 보류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과 미국이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에서도 소외받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다.
실제로 국내 업체들은 반도체 불황에 맞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고성능 제품을 주력으로 사업성을 높이고 있다. HBM이나 PIM 기술을 적용한 고성능 D램,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CXL 기반 SSD가 대표적이다. 5세대 10나노(1b) D램과 200단대 낸드 양산도 무리없이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더이상 의미가 크지 않은 '세계 최초'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시장 회복 기대감도 다시 불붙었다. 미국이 예상보다 낮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살아날 조짐이다. 반도체 시장이 비트코인 채굴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만큼, 소비재 부문 반도체 수요도 다시 증가할 수 있다.
차세대 제품 출시도 하반기 예정대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인텔이 다음달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 '사파이어래피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서버 업계가 새로운 아키텍처에 투자를 시작할 수 밖에 없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SO-DIMM용 DDR5 D램은 DDR4 규격보다 50% 가까이 비싸다.
재고 증가로 불투명해졌던 엔비디아와 AMD의 차세대 GPU도 결국 3분기에서 4분기 출시가 유력해졌다. 인텔도 자체 제품인 아크 출시에 힘을 쏟으면서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GPU에 탑재되는 GDDR6 규격 D램 역시 고부가가치 제품군 중 하나로,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고 속도인 24Gbps 개발을 마무리하며 기술 리더십을 선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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