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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방/외교

[어수선하軍] 과학기술강군, 수식어에 취하지마!

문형철 기자 캐리커쳐. 예비역 육군 소령으로 비상근복무 예비군과 군사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이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지 77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군이 버리고 간 피복과 장비로 시작됐던 조선국방경비대는 50만 명에 달하는 대병력을 갖춘 국군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화려한 수식어를 위한 '과학기술'에 취하면 미래는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고 살육하는 시대가 될지 모른다.

 

윤석열 정부는 국방개혁4.0의 핵심 중 하나로 '과학기술강군'을 강조하고 있다. 적은 희생으로 큰 전과를 얻어야 하는 군의 특성상 과학기술과 미래에 대한 준비는 매우 중요하다. 역대 정부도 과학기술강군을 이루기 위한 많은 노력을 펼쳐왔다.

 

열악했던 창군 초기에도 국산제식소총을 만들려는 노력은 있었다. 최초의 국산소총이었던 '대한식 소총'은 한국전쟁(6·25)의 난리 속에서 탄생됐다. 미국의 M1917 엔필드 소총과 일본 99식 소총의 장점을 섞어 독자적인 방식으로 제작됐는데, 1952년 10월 11일에 열린 시범사격에서 99식 소총보다는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제대로 된 조병시설도 없던 대한민국이 연합국을 상대로 싸운 일본군의 제식소총보다 우수한 총을 만들었다는 것에 충분한 의의가 있다. 미군이 휴전 후 성능이 좋은 M1개런드 소총을 한국군에 제공하면서 대한식 소총은 시제품 단계에서 생산이 중단됐지만 말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강력한 자주국방 의지로 M16 자동소총의 면허생산을 비롯한 무기, 피복 및 장비의 국산화를 초고속으로 진행시켰다. 이러한 군의 과학기술화 추진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이라는 실전적 교훈을 바탕으로 했다. 현실적 문제를 통해 미래를 열어가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은 살아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탐구해 미래를 준비했던 선배들의 정신은 갈수록 퇴색되는 느낌이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가 이집트 피라미드 상공에서 '세계 최초'로 비행을 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결론을 말하자면 오보다. 영국 공군의 특수비행팀이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미 공군이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한 적도 있다.

 

블랙이글스는 세계적 수준의 곡예비행을 펼치는 대한민국 공군의 자랑이다. 블랙이글스의 존재만으로도 자랑스럽다. 오보가 난 배경이 궁금해 공군에 질의를 하니, 공식적인 에어쇼로는 최초인데 현지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달 19일 한 매체는 인터넷에 '세계에서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개재했다가 현재는 제목을 수정했다. 방사청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8번째 4.5세대 이상 첨단 초음속 전투기'라고 표기해야 옳다.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는 훨씬 많다. 그래도 KF-21의 비행 성공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할 일이다.

 

언론 오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지난 5월 23일 아라미드 소재의 신형헬멧이 미군헬멧보다 좋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존 제식 방탄헬멧보다 성능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군 제식 방탄헬멧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M1철모도 방탄헬멧이라고 한다면 또 모를 일이다.

 

국군은 초급간부 인력 및 숙련병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군수뇌부와 고위급 지휘관 상당수는 싸우는 법도 모른다. 사람이 빠진 과학기술강군이 국군의 미래를 열어줄지 궁긍하다. 숙련된 예비군의 활용에는 침묵하며 화려한 과학화에 집착하는 현정부는 생각을 좀 더 깊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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