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술 경쟁은 생존을 위한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 선단 공정 선점을 넘어서 성능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트렌드포스는 3분기 소비자용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15% 안팎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탓이다.
국내 반도체 '초격차'도 좁혀졌다. 2분기에 삼성전자가 43.5%로 압도적인 1위를 지키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전분기보다 0.1% 포인트 많은 27.4%를 기록한 반면 마이크론이24.5%로 점유율을 0.7% 포인트 높이며 2위를 따라잡고 있다.
마이크론의 점유율 확대는 선단 공정을 먼저 도입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4세대 10나노급(1a) D램에 이어 올해말 5세대 10나노(1b) D램도 먼저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낸드 플래시에서도 하반기 232단 양산을 먼저 시작하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론이 아직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하지 않은 등 전체적인 기술 수준으로는 아직 국내 업계에 뒤쳐진다는 평가지만, 격차를 좁혔다는 점에서 우려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메모리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술 경쟁은 '치킨 게임' 등 최악의 경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방법으로 중요성이 높아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먼저 선단 공정을 도입하는 것보다 효율성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무리하게 기술을 확장하기보다는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공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2분기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가 50%, SK하이닉스가 43%로 마이크론(41.5%)보다 상당히 높았다. 안정적인 램프업을 통해 수율을 극대화했다는 얘기다. 마이크론이 비용 부담이 큰 EUV 공정을 아직 적용하지 못한 만큼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차세대 메모리 기술도 상용화를 본격화했다. 한동안 미래 반도체로 여겨졌던 P램이 시장 위축 및 인텔의 옵테인 단종 선언으로 역사 속에 사라진 대신, 기존 D램과 낸드를 활용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방법이 실현되고 있다. 시장 침체 속에서도 고성능 제품 수요만은 지속하는 데다가, 가격이 크게 떨어진 일반 메모리와는 달리 여전히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최신형 DDR 규격이 가장 현실에 가까운 기술이다. DDR5는 최신 DDR 규격을 뜻한다. 같은 제품이라도 DDR4 대비 최대 2배 가량 빠른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전자는 표준 규격을 제정하는 JEDEC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일찌감치 개발에 성공했다. 인텔이 차세대 서버용 CPU에서부터 DDR5를 지원키로 하면서 시장도 본격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울러 그래픽 카드에 쓰이는 GDDR6에서도 삼성전자는 최근 가장 빠른 24Gbps 제품을 출시하는 등 주도권을 선점하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도 확대되고 있다. HBM은 SK하이닉스가 처음 개발한 패키지 기술로, D램을 촘촘히 쌓아 성능과 용량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HBM2를 먼저 개발하고 다시 SK하이닉스가 HBM3를 선점하는 등 선의의 경쟁 중, SK하이닉스는 최근 HBM3 메모리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며 꾸준히 시장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PIM 기술을 더했다. PIM은 메모리에 연산 기능까지 더한 제품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HBM-PIM을 개발한 후 상용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도 PIM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인터페이스는 DDR을 뛰어넘어 새로운 메모리를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DDR이 CPU에 최대 16개까지만 연결할 수 있지만, CXL은 D램 용량을 거의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다. DDR D램과도 함께 쓸 수 있음은 물론, 지연 시간을 최소화해서 성능도 개선한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CXL 규격을 정하기 위한 컨소시움을 주도하고 지난해 CXL D램을 개발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최근 개발을 발표하고 내년에는 양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SSD로도 CXL을 활용할 준비를 마쳤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에서 공개한 '메모리 시맨틱 SSD'가 주인공이다. 종전 SSD보다 20배나 빠른 속도를 낸다는 설명, 확장성도 높아 관련 업계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선단 공정 개발도 소홀히 하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안으로 236단 낸드 양산에 돌입할 예정, SK하이닉스도 이미 238단 낸드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양산하기로 했다. D램 역시 1b는 6세대(1γ) 개발 까지도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D램 공정을 경쟁사에 맞추면서 10나노 미만 진입 계획이 다소 늦춰지긴 했지만, EUV 장비를 안정화하면서 로드맵을 무리없이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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