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하이트진로 본사를 불법 점거한지 이틀째다. 직원들은 노조의 과격한 행동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반 시민들도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 70여명은 전날 오전 6시 청담동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본사를 기습 점거했다.
이들은 건물 진입 당시 경비원을 둘러싸고 속박하는 등 무력으로 제압했으며, 화재를 일으키는 인화성 물질을 갖고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건물 진입 후 조합원 10여명은 옥상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이틀째인 17일도 화물연대 노조의 로비 불법점거가 지속돼 본사 직원들은 뒷문으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동 사옥에는 약 200명의 하이트진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옥상 점거 외에 사무실 침입 또는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직원들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기동대 등 240여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적극가담자 12명만 계약 해지
화물연대는 하이트진로가 조합원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철회와 해고 조합원 전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2명은 지난 3월 화물연대 가입 후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왔다.
조합 측은 "화물노동자 13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파업에 나선 이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공식자료를 통해 "화물연대 측이 주장하는 '하이트진로가 130여명의 집단해고, 계약해지했다'는 사실과 다르다"며 "먼저, 당사와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과는 계약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수양물류와 화물차주들간의 계약관계로, 계약해지의 주체는 수양물류"라고 말했다. 이어 "수양물류 역시 업무를 전혀 이행할 의사가 없는 협력운송사 1개 업체와 불법행위 적극가담자 12명에게 계약해지 통보는 했지만, 나머지 지입기사 및 협력운송사들에게 수 차례에 걸쳐 계약 이행 및 복귀를 촉구하였을 뿐 계약을 해지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양물류가 계약을 해지한 인원은 현재 12명이다.
◆"15년 전과 동일한 이송단가" vs"사실 아냐"
화이트진로와 화물연대의 갈등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경기 이천·청주·강원 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2명이 앞서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이 시작됐다.
요구사항은 운임 30% 인상과 고용 승계 및 고정 차량 인정, 공병 운임 인상, 공차 회차 시 공병 운임의 70% 공회전 비용 제공 등을 원청인 하이트진로에서 직접 하라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이송단가가 15년 전과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트진로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계약된 이송단가(유류비 제외) 인상률이 26.36%로,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4.08%)보다 높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복지기금 등은 제외됐다. 올해 이송단가는 지난해에 비해 5% 인상됐다.
사측에 따르면 이송단가는 화물차주들과의 협의를 통해 분기별로 책정되며, 사측과 차주들은 원가분석을 시행, 유류비(45%)와 유류비 외 비용(55%)을 정한다. 유류비 외 비용에는 통행료와 자동차 보험료 등이 포함된다.
이와 별개로 하이트진로 공장 측이 화물차주들에게 6억원 상당의 현금 지원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트진로는 전국 5개 공장에 각 1억20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피해 늘고 있지만 경찰 적극 개입 안해
화물연대의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농성은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이트진로는 공권력 투입을 바라고 있지만, 경찰은 노조의 돌방행동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현장에는 240여명의 경찰이 투입됐다.
화물연대는 18일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도 예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조는 18일 10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 신고를 경찰에 제출했다. 본사 앞 인도는 물론, 도로까지 점거해 장시간 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본사 불법 점거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꼬집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권력을 투입하고 빨리 적절한 조치를 취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트진로가 노조의 협박에 못이겨 요구조건을 수용하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조끼를 입은 노조원들이 본인들의 사유지인양 도로를 점령했다"며 "일반 시민들이 받는 피해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화물연대와 지속해서 대화 및 교섭을 전개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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