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누가 역에서 칼 들고 돌아다녀요. 역무원 나와보세요' 하면 원래는 두 명이 출동해야 하는데 그러면 역의 업무가 스톱돼 혼자 갈 수밖에 없다", "지하철 보안관 중에 특전사 출신도 있는데 그분들도 주취자들한테 맞는 게 일상이다", "열차에 술 먹고 잠든 시민분이 있길래 종착역이라고 깨웠더니 기관사고 뭐고 주먹부터 날리더라"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야간 순찰을 하던 역무원이 스토킹 가해자이던 동기 남자 직원이 휘두른 칼에 찔려 사망했다. 같은달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재발방지 및 안전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원들은 "신당역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악성 민원인들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는 역무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해달라고 수백번 넘게 요청했는데 공사와 서울시가 우리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니 결국 이 사달이 났다"고 입을 모았다.
공사 노조원들에 따르면, 지하철에서 연간 250여건의 주취·폭력이 발생한다. 생각보다 그 수가 적길래 이유를 물어봤더니 집계된 것만 이 정도고, 욕설과 성희롱은 비일비재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역무원들을 보호하는 도구는 각 역에 2개씩 지급된 신분증형 녹음기가 전부라고. 하루 수만명의 인파가 오고 가는데도 가해자가 자신의 전 일터였던 지하철역을 범행 장소로 선정한 이유는 그만큼 범죄에 취약해서다.
지난해 서울서부경찰서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전주환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다고 서울교통공사에 통보했고, 피의자가 근무하던 불광역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는데도 공사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다. 산하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할 서울시도 강 건너 불구경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스토킹 당하던 역무원이 살해된 일과 관련해 하루 6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을 더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지하철 역내 순찰시 2인 1조 근무 시스템 의무화 ▲역무원·지하철 보안관에게 사법권 부여 ▲스토킹 가해자 공사 직원 내부망 접속 차단을 약속했다. 이 같은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서울시에 확인해 봤더니 2인 1조 근무는 예산이 없고, 역무원과 지하철 보안관에 사법권을 주는 방안은 법무부와 협의가 안 됐고, 직위 해제된 직원의 내부망 접속 차단은 앞으로 공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당역 10번출구 추모공간에 한 시민이 남긴 글이 기억에 남는다. "강남역 사건 이후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에서 지금 우리는 '직장에서도 조심해'라고 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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