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수출기업=호재·내수기업=악재' 공식 깨져
달러값 상승 견딜 수 있게 中企 금융·정책지원 절실
수출국 다변화·원자재 비축·납품단가 현실화 '대안'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월30일까지 마감한 '2023년 수출컨소시엄 사업' 주관단체 모집엔 총 140곳이 지원하며 신청이 대거 몰렸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나 협회 등 관련 단체, 전문무역상사 등을 대상으로 30곳을 모집할 예정이었는데 4.7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3년째 수출길이 막힌 중소기업들이 살기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려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중소기업들이 사면초가다.
수출 중소기업, 내수 중소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는 가운데 수출 중소기업은 환율 효과를 제대로 보질 못하고, 내수기업은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원자재값 효과가 고환율로 반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이 과거엔 '수출기업=호재, 내수기업=악재'인 공식이 성립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며 수출·내수기업 모두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더 죽을 맛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426.5원)보다 16.4원 떨어진 1410.1원을 기록했다.
달러당 1400원대까지 올라간 달러 강세·원화 약세 상황에선 수입 가격이 오르고 생산비와 원가가 상승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 대기업 등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납품하는 내수 중소기업의 경우 납품단가가 제때 반영되지 못하면 더욱 그렇다.
수출기업은 환율이 상승하면 같은 규모라도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호재다. 다만 이는 과거 일반적인 경우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송영철 연구위원은 "달러가치가 올라가면 수출 효과가 있어야하는데 지금은 글로벌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다보니 환율 상승 효과가 과거에 비해 덜하다. 이때문에 현재와 같은 환율 상승기에 수출 기업들이 (환율 상승)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수입을 주로 하는 내수기업은 더욱 타격을 받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급등 영향'에 대해 43.4%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고 밝힌 기업은 3.4%에 그쳤는데 그나마 모두 수출기업이었다. 응답기업의 절반이 넘는 53.2%는 환율 급등이 '영향없다'고 답했다.
중기중앙회 추문갑 경제정책본부장은 "(원·달러)환율 상승기에 그나마 중소기업 수출이 잘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중국 수출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업의 수출 위축을 중소기업들이 메울 수 있도록 수출국 다변화, 해외시장 추가 개척, 다양한 전시회 참여 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의 같은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환율 급등 상황에서 필요한 정부 정책(복수응답)으로 ▲물류 운임 및 선복 지원(60.4%) ▲수출입 관련 금융·보증지원(42.8%) ▲환변동보험 확대(20.6%) ▲환율 안정화 조치(19%) ▲환관리 전문인력 지원(12%) 등을 꼽았다.
송영철 연구위원은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환율은 높아서도, 낮아서도 안된다. 기업들 역시 적정 환율이 있다. 지금과 같은 고환율 시기엔 수출기업이나 내수기업이 견뎌낼 수 있도록 정책자금을 통해 금용비용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기업들이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물류 지원 등을 통해 고환율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조언이다.
중장기적으론 향후 고환율 시장 상황을 대비해 중소기업들이 대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고환율→수입 원자재값 인상→채산성 악화와 같은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재 중심의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을 위한 원자재 비축 확대 등도 아이디어로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재 윤석열 정부의 중기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도 내수가 중심인 납품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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