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옛 서울역 주차램프 활용 아이디어 시민 공모'를 벌여 수상작을 선정해놓고도 실제 공간 설계에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아 시민의 정책 참여 효능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구 서울역 주차램프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해 이달 18일 개장한 '도킹 서울'에 '폐쇄램프 재생 활성화 아이디어 시민 공모' 당선작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020년 폐쇄램프 활용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했는데 도킹 서울에 당선작 설계안이 반영된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없다"고 답했다.
도킹 서울은 구 서울역사 옥상 주차장과 연결된 차량 통로에 만들어진 공공미술 플랫폼이다. 공간명은 사람과 도시가 만나는 관문인 서울역의 특성에서 착안해 폐쇄된 주차램프가 공공미술 작품을 통해 다시금 시민과 만나 새로운 우주로 연결된다는 뜻을 담았다고 시는 설명했다. 현재 도킹 서울에는 사람의 동작을 포착해 이를 움직이는 조각으로 표현한 '그는 둥글게 집을 돌아갔다' 등 총 7개 작품이 전시됐다.
이 문화예술 공간은 옛 서울역 건물이 있을 당시 시민들이 이용했던 주차램프로, 2003년 신역사와 함께 새로운 주차램프가 생기면서 폐쇄됐다. 서울시는 버려진 구 서울역사 폐쇄램프를 시민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지난 2020년 8월 6일부터 9월 14일까지 '서울역 폐쇄램프 재생 활성화 아이디어 시민 공모전'을 열었다. 공모 기간에 총 83개의 활용 방안이 접수됐고, 시는 최종 당선작으로 5개 작품을 추려 1500만원의 시상금을 지급했다.
선정된 작품은 ▲폐쇄램프를 따라 내려오며 휴식 터, 포켓 테라스 등을 체험하는 다목적 복합문화공간 '포켓 스퀘어 2020' ▲폐쇄램프 중정에 광장을 새롭게 설치해 콘서트홀, 미디어아트 같은 문화 프로그램을 즐기도록 한 '공간에 빛을 담고 그 위에 문화를 얹다' ▲모듈화된 목재구조와 투명·반투명 유리로 이뤄진 19m 높이의 수직 열린 공간 '검은 낮, 하얀 밤' ▲폐쇄램프 내 숲 정원과 산책길을 둔 '도심 속 숲 콘서트 홀, "새울림"' ▲재생과 관련된 지식의 보존뿐만 아니라 공방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복합문화도서관 '서울로서관'이다.
특히 1등으로 뽑힌 '포켓 스퀘어'는 폐쇄램프 중앙의 빈 공간에 그물망을 달아 시민들이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램프 동선 이외의 중앙 보이드 공간을 체험형 공간과 함께 투과적인 설치가 가능토록 한 점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는 심사평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가 낸 '서울역 일대 공공성 강화를 위한 폐쇄램프 재생 활성화 아이디어 공모' 공고에는 "당선자(팀)의 경우 2021년 본 사업의 현상설계 공모시 최종심사 작품으로 참여권을 부여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방한 도킹 서울에는 당선된 시민들이 그린 밑그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도킹 서울에 전시된 작품들 중에는 버려진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것이 없어 신규 조성된 공공미술 플랫폼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서울시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작품 중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새활용 소재를 활용했다든가 하는 게 있느냐'는 물음에 시 관계자는 "2년 동안 야외 공간에 영구적으로 작품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소재를 골랐다"면서 "친환경이 작품의 재료를 설정하는 기준이 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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