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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국정감사] 여행업 살릴 '마중물'이 영세 여행사에게 '그림의 떡'

지난해 말, 여행객 최대 40% 할인 사업
매출·판매 인원 수 편중 심화
소상공인 여행사, 구조적 문제 있어 참여 어려워
문체부·KATA, 문제점 개선위해 노력했다.
전문가, 적절한 시기에 지원하는 것이 중요

국내여행상품 할인지원사업 홍보 포스터. /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A사장은 '국내여행상품 할인지원사업(토닥토닥 힐링여행)'에 참여했다. '코로나로 지친 일상에서 회복과 치유'라는 상품을 주제로 제주도 여행 상품을 기획해 선정됐다. 상품 가격은 52만9000원. 총 10명이 구매했다. 하지만, A사장은 10명의 손님들만 제주도로 보내고 할인지원 사업 참여를 중단했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할수록 돈이 묶여버리는 구조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역시 토닥토닥 힐링여행 사업에 참여하려했던 B사장도 역시 제주 5성급 호텔과 렌터카를 연계한 상품을 기획해 선정됐다. 하지만 이내 의문이 들었다. 네이버에서도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B사장은 소비자가 스마트스토어에서 결제를 하고 구매 확정을 누르면 바로 다음날 수수료를 빼고 입금이 되는데, 정부 사업은 정산이 너무 늦었다. 결국 상품이 선정됐음에도 판매를 포기했다.

 

#대구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C사장 또한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사업이 잘 돼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 받을수록 경영은 악화되기 때문이다. 상품 당 5~10%의 마진을 벌기 위해서 몇 천 만원이 묶여버리면 당장 낼 집세도 없었다. 이미 코로나19 충격파에 일가친척에 돈을 빌려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여행수요를 촉진하고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내몰린 여행사를 살릴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기획된 '토닥토닥 힐링여행' 사업이 오히려 소상공인 여행사들에겐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감에 따라 11월 9일부터 12월 19일 약 한 달 간 소비자에게 최대 40% 할인쿠폰(할인 한도 최대 16만원)을 제공하는 '토닥토닥 힐링여행' 사업을 실시했다.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에겐 전액을 지원했다.

 

쿠폰을 내려 받은 소비자는 민간 플랫폼 '투어비스'에 올라온 여행상품을 선택해 할인된 가격에 결제했다. 해당 사업의 실무를 담당한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안전·치유(웰니스) 중심 여행이란 주제에 맞춘 상품을 공모하고 평가를 통해 선정했다. 여행사 당 최대 2개의 상품을 선정했다.

 

사업으로 할인을 받은 소비자는 4만2464명이고 그중 장애인은 6757명, 국가유공자는 3398명이었다.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96억5000만원이고 약 91억8126만원을 집행해 95.1%를 집행했다.

 

2021년도 국내여행할인 지원 사업 현황. / 김윤덕 의원실 제공

◆"매출액 상위 30개 업체가 나머지 업체보다 2.6배 벌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측 간사인 김윤덕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업체별 매출액, 상품 당 판매 인원수 등 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업에서 매출액 상위 30개 업체가 나머지 146개 업체의 매출액의 약 2.6배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 148억2402만원 매출액 중 매출액 상위 30개 업체는 107억5291만원을 벌어들인 반면, 146개 업체는 40억7111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구간 별로 보면 ▲10억원 이상 매출 올린 업체 3곳 ▲5억원~10억원 사이 5곳 ▲1억원~5000만원 사이 24곳 ▲5000만원~1000만원 사이 22곳 ▲1000만원~5000만원 사이 76곳 ▲1000만원 이하 46곳이었다.

 

여행사 별 총 판매 인원수 4만2464명 중 3만445명이 매출 상위 30개 업체의 상품을 선택해 할인을 받았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여행사를 돕고 여행상품을 통해 지역관광과 내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여행상품의 40%에 해당하는 할인금액을 지원한다"고 사업 취지를 밝혔다.

 

2021년도 국내여행할인 지원 사업 매출 구간 분석. / 김윤덕 의원실 제공

◆"사업 진행할 수록 묶이는 돈…발목 잡는 덫"

 

하지만 소상공인 여행사들은 사업에 참여했어도 계속 유지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전체 여행사 중 95%를 차지하는 영세 여행사를 위한 정부의 섬세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 사례에 나온 A 사장은 실제 정산 내역을 기자에게 공개하며 한숨을 쉬었다. A 사장에 따르면 11월 24일 출발하는 제주도 상품을 구매한 10명이 투어비스에서 결제를 하고 1차 정산 금액 179만원이 12월 10일 들어왔고 2차 정산 금액 344만원이 해를 넘긴 1월 5일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A 사장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몇 천만원 씩 돈을 묶어가며 사업을 할 수 있는 소상공인 업체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 사례에 나온 B 사장은 "저희가 제주도 상품을 했었는데, 5성급 호텔과 렌터카를 함께 상품화했다. 1인당 금액이 80만원 정도 했다. 보통 2인이 함께 이용하니 10건만 해도 1600만원이다. 만약 100건을 했다고 하면 1억6000만원이 묶여버린다"며 "업체들이 처음 참여해 보는 사업이니 상품 등록에 신경 썼지 정산 주기가 그렇게 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도 정산을 빨리 해줘서, 정부에서 하는 사업이면 당연히 더 좋거나 같겠지 생각했는데, 고객이 여행을 가서 퇴실을 하고도 한참 뒤에 업체에 돈이 들어오는 구조"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1월 9일 배포한 '국내여행상품 할인지원사업(토닥토닥 힐링여행)' 홍보 보도자료. / 문체부

◆문체부·KATA, "문제점 개선위해 노력했다"

 

소상공인 여행사의 아쉬움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관리·감독에 철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정산이라는 것이 빨리되면 좋겠지만 보조금 형식으로 나가다 보니, 법에 따라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사용처를 확인하고 나서 집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조금 사업은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보조금을 임의대로 내보냈다가 악용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모객활동 한 업체가 많이 가져가는 구조라고 본다. 상품 구성을 잘한 업체들은 많이 팔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갔을 것"이라며 "시장 경제에서 능력에 따라 적게 팔고 많이 파는 부분이다. 다음에는 (소상공인 여행사를 위한) 고려를 해볼 수 있겠지만 급하게 시행해야 하는 사업 타이밍에서 이것저것 따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 취지가 영세한 업체를 돕자는 부분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국내 관광 활성화해서 숨통이라도 트게 하자는 취지가 더 강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업 실무를 담당한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도 기자에게 정산 주기와 관련해선 업체의 민원이 많아 개선했다고 밝혔다.

 

KATA 관계자는 "정산이 한달 반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니고, 플랫폼에서 결제가 이뤄지다 보니 최초엔 여행이 완료된 후에 정산이 이뤄지게끔 했다. (지적한 것처럼) 코로나19 상황에서 업체 자금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어서 한 달에 2주 단위 정산 단위를 너무 길다고 해서 4번으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행이 완료됐을 경우에, 카드 결제에 대한 비용을 드린다고 최초 계획이 잡혀 있는 것이고 업체에서 호텔 등에 선금을 줘야 하는 부분 때문에 신속한 정산이 필요하단 점을 인지했다"며 "보조금은 정부 기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규정이 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반적인 사업에 대해선 "문체부가 사업을 시작할 때 특정 업체를 위해 한 것도 아니고 방역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사업을 통해 여행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며 "또한 참여한 업체 절반 이상이 지방 업체였고 의도적으로 시스템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여행사는 "정산 주기는 중요하지 않다. 시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사장은 "고객이 여행에서 출발하기 전에 호텔이라 렌터카 업체에 돈을 줘야한다. 출발한 다음에 매일 한 번씩 주건 한 달에 한 번씩 주건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은행에 지급 보증을 서서 대출을 할 수 있게 하도록 대안을 제시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그들이 나쁘다기보단 관성이다. 문체부나 협회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을 위해 민생을 살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국내여행상품 할인지원사업에 대해 "상위 5% 여행사를 위한 '탁상행정'보다는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중소여행사들과의 상생을 우선시하는 '현장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 김윤덕 의원실

◆김윤덕, "중소여행사들과 상생 우선시해야"

 

김윤덕 의원은 "문체부의 '토닥토닥 힐링여행 사업'은, 우수한 지역관광자원의 보유와 무관하게 정부부처의 관광정책이 내실을 갖추지 못하면 지역경제에 무익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정부는 지역의 특성을 살린 관광자원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패키지화를 추구하되, 상위 5% 여행사를 위한 '탁상행정'보다는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중소여행사들과의 상생을 우선시하는 '현장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연구소장은 해당 사업에 대해 "전국 여행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 규모로는 크지 않았다"며 "코로나19 동안 매출액이 50~7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특히 아웃·인바운드가 막힌 상황에서 국가 지원으론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체부 입장에서 어떤 형식이든 여행사를 돕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려는 노력은 인정한다. 문체부의 기금과 재원 운영은 기재부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한 부서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우선, 산업 생태계가 붕괴됐기 때문에 국가차원에서 더 과감하고 신속한 지원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행정상 정산이 늦을 수 있다. 가능한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는 행정혁신도 필요하다"며 "상품판매에 대한 정산과 입증 서류만 확인되면 바로 지원해 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근거를 위한 서류의 간소화와 지출에 대한 절차를 간소화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지원을 많이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필요한 시기에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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