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로치 지음/최가영 옮김/을유문화사
믿거나 말거나 하는 풍문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이야기보따리에서 하나를 꺼내 소개해 보겠다. 금실 좋기로 소문난 한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앞을 못 보는 시각 장애인이었다. 각막 이식 수술을 받은 그는 눈을 뜬 첫날 부인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이혼을 통보했다고 한다. 화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음… 아마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자가 초식동물을 게걸스럽게 뜯어먹는 장면을 본 것처럼 속이 메스꺼웠던 것 아닐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과학 저술가 메리 로치는 저서 '꿀꺽, 한 입의 과학'에서 먹는 행위, 그리고 그와 관련된 모든 불쾌한 과정들은 사회 전반에서 짝짓기나 죽음만큼이나 금기시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저자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면서도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소화기관에 대한 궁금증을 기상천외한 일화를 곁들여 이 책에 풀어냈다고.
메리 로치는 '미국에서 가장 유쾌한 과학 저술가'라는 명성답게 걸출한 입담으로 복잡한 소화 기관의 작동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소화관을 수식하는 문구조차 범상치 않다. '밀수범의 가장 믿음직한 동반자'다. 책에 따르면, 담배나 약물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금지된 곳에서는 종종 바지 주머니 대신 직장, 즉 똥구멍이 애용되곤 한다. 수감 중인 폭력조직원과 마약상이 철장 안에서도 바깥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다.
아베날 주립 교도소에서 밀수 차단 임무를 맡고 있는 진 파크스 경위는 수감자들이 근로 작업을 명목으로 매일 왕래하는 양계장에서 라텍스로 둘둘 만 직사각형 연초 덩어리들을 발견한다. 재소자들이 한 번에 2~3개, 많게는 6개씩 야금야금 엉덩이에 숨기고 들어왔던 것이다.
저자는 "지구 상에 아베날의 밀수꾼들보다 직장의 생물학적 용도를 알차게 활용하는 사람은 없다. 본디 조물주가 직장을 만든 뜻은 보관하라는 것이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내장의 일부인 직장이 하는 일을 "위와 소장을 지나오면서 영양소가 다 빠져나간 음식물 찌꺼기를 기다란 위장관의 끄트머리에서 잠시 보관하며 아직 남아 있는 쓸만한 물질을 최대한 쥐어짜 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36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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