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경영은 이제 기업의 필수 과제가 됐다. '그린 워싱'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인류가 존속해야 기업도 살아남을 수 있는 만큼, 이상 기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런 얄팍한 시도 조차도 절실한 게 현실이다.
문제는 현재 친환경 정책이 정말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지 여부다. 친환경이라면 무조건 올바른 일인 것처럼 인식됐지만, 정작 엉뚱한 곳에서 피해를 감당해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 산업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훨씬 구조가 단순하고 부품도 적다. 거액을 들여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완성차사는 시장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는데다가 공정을 줄일 수 있어 오히려 좋다. 부품을 공급할 수 없게되는 협력사들이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실제로 국내에 기지를 두고 있는 완성차사들은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는데 고민이 크다고 알려져있다. 당장 대규모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자칫하면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협력사들이 연쇄 도산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협력사 전동화를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영세한 관련 기업들까지 모두 생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 밖에도 친환경이 중소기업을 위협하는 분야는 셀 수 없다. 언제든 대응할 수 있는 대기업들과 달리 혁신 동력이 부족한 탓에 적지 않은 영세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해있다는 전언이다. 플라스틱과 같이 어느날 갑자기 환경 파괴 주범으로 지목되거나, 친환경 트렌드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감내해야하는 인쇄업계 등도 있다.
기술 발전도 예전같지 않다. 반도체는 친환경을 위해 성능보다는 저전력으로 개발되면서 예전처럼 혁신적인 속도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뉴메모리'는 임시 휴업이다. 유럽이 사실상 8K TV와 마이크로LED 판매를 제한키로 하면서 디스플레이로 뒤덮혀 편의성을 대폭 개선하는 '스크린 포 올'도 요원해졌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개발이 지연되면 XR과 같은 미래 구현도 쉽지 않게 된다.
친환경 속도 조절론이 그저 이기적인 외침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친환경은 분명 필수적이지만, 행정 편의적인 정책으로 애꿎은 피해자를 만드는 일은 막아야하겠다. 물론 우리나라는 정쟁에 밀려 반도체 특별법은 물론이고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조차 논의되지 못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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