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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일반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진정성 있는 진짜 사과를 보고 싶다

이정희 대기자.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지난 2008년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의회에 나가 "반성합니다" 다섯 번, "미안합니다" 아홉 번, "사과합니다"를 열여덟 번 말했다. 호주 정부의 원주민 탄압을 백년 만에 사과하는 자리였다. 당사자인 원주민들은 눈물과 환호로 사과를 받아들였다. 지금도 세계인들에게 회자되는 대표적인 사과 연설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가 더 많다. "피해를 줬다니 유감" "만약 실수가 있었다면" "본의 아니게 저지른 잘못" 등을 운운하는 경우들이다. 또 '골든타임'을 놓친 사과도 마찬가지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고와 사건 때문에 최고 책임자들이 줄줄이 사과 행렬에 나섰다. 하지만 진정성이 결여되거나 뒤늦은 사과 표명 때문에 오히려 냉소적 분위기만 더해졌을 뿐이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자금 경색 사태와 관련해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 24일 "본의 아니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금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가 초래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을 20여일간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한 장본인이 마지못해 내놓은 것이 달랑 유감 표현인 것이다.

 

김 지사는 지난 달 28일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GJC는 레고랜드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2020년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강원도가 해당 채권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섰다. 이 기업어음은 증권사 10곳, 자산운용사 1곳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김 지사가 못 갚겠다고 나자빠지면서 시장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그 여파로 ABCP와 기업어음(CP), 회사채 등 자금조달 창구는 얼어붙었고 카드사와 캐피털 회사,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자금 조달 길이 막혔다.

 

급기야 레고랜드발 '돈맥경화'를 막기 위해 정부는 일요일인 지난 23일 '50조원+알파(α)' 규모의 시장 유동성 공급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인의 무모한 행보와 무책임이 금융시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것이다.

 

SPC 허영인 회장은 지난 21일 제빵공장 직원의 사망 사고와 관련, "고인과 유가족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사과했다. 지난 15일 SPC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빵 소스 배합 작업 중 기계에 끼어 숨진 지 6일 만이다. 그러나 허 회장이 "책임을 통감한다"고 대국민 사과를 한 지 이틀 후인 23일 SPC 계열회사에서 40대 노동자 A씨가 기계에 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가 또 벌어졌다. 진정성 없는 사과 회견이 바로 드러난 것이다.

 

데이터 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와 관련, 지난 19일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이용에 불편을 겪으신 모든 이용자분들께 먼저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날 사업 분야를 책임지던 남궁훈 대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자신들의 방심과 오만에서 야기된 '디지털 원시시대'에 대한 사과와 대책이라고 보기에는 그 수준이 너무 공허하고 뻔하다는 지적을 받기 충분하다.

 

사과를 할 때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책임질 방법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딱 부러지게 밝혀야 한다. 정치적 책임이든, 도덕적 책임이든, 법적 책임이든, 그 책임지는 자세를 보고 국민들의 마음이 녹을 수도, 더 차가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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