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지역

"친구 만나 깔깔대며 손 붙들고 가는 걸 봤는데"··· 이태원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분향소서 눈물 훔치는 시민들

31일 오전 한 시민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국화꽃을 헌화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그날 젊은애들이 이태원역에서 친구를 만나서 깔깔대면서 손 붙들고 가는 걸 봤는데. 그게 참 안타깝더라고…"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서 대형 압사 사고가 일어나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방문했다. 이날 이태원 역사 곳곳에는 '핼러윈 행사 취소(Halloween canceled.)'라는 문구가 적힌 A4 용지가 붙어 있었다. 1번 출구로 나가는 계단 앞에 배치된 두 명의 보안 요원이 통제된 구역이라며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가로막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추모 공간을 찾았다"고 방문 목적을 말하자 길을 터줬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하얀색 국화꽃 수백송이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초록색 소주병과 흰색 막걸리가 든 술병, 형형색색의 음료수가 가득 든 일회용 컵 등이 꽃다발 사이사이에 놓였다. 이외에 엠엔엠즈(M&M's) 초콜릿, 몰티져스 초콜릿볼, 스키틀즈 요거트 캔디 봉지도 눈에 띄었다.

 

참사 현장인 해밀턴호텔 골목 바닥에 나뒹굴던 희생자의 신발이 마음에 걸렸는지 어떤 이는 비닐을 뜯지 않은 새 삼선슬리퍼를 추모 공간에 두고 갔다. 뻥튀기 과자는 제기(祭器·제사 때 쓰는 그릇)로 변했고, 빼빼로 과자는 제사 때 태우는 향(香) 역할을 했다. 뻥튀기 위에 덩그러니 남겨진 초콜릿 세 덩이와 소주잔 위에 가로로 놓인 빼빼로 과자가 추모 공간을 찾은 이들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들었다.

 

31일 오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핼러윈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만난 윤여균(77세) 씨는 "지난 수십년간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겼다"면서 "핼러윈 데이 때 녹사평역에서 내려 이태원역 쪽으로 걸어오면 재밌는 친구들이 많이 보인다. 사람들 사진 찍어주고, 같이 사진도 찍고 했는데 올해는 사람이 많아서 녹사평역에서 못 내리고 이태원역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태원역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번 출구로 나오는 데 25분이 걸렸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면서 "그날 따라 고등학생, 대학교 1, 2학년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 (사고를 겪은) 부모들 심정이 어땠겠냐"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이태원 상인 A씨는 "우리 딸이 옛날에 어렸을 때 핼러윈 데이라고 밤새고 집에 안 오는 날이 있어서 부모들 심정이 이해가 간다"면서 "딸이 지금은 워싱턴에 사는데 어제 울면서 전화를 했다. '엄마 괜찮냐'고. 애가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렸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태원역 추모 공간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을 뒤로 하고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있는 녹사평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1일 오전 한 시민이 용산구 녹사평역 앞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분향소에는 희생자 영정사진 대신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는 글씨가 적힌 판넬이 놓여 있었다. 이날 오전 분향소에서 헌화용 국화를 건네받은 시민들은 헌화 후 조용히 묵념하고 자리를 떴다.

 

금천구에서 온 20대 정모 씨는 "저도 이번 핼러윈 축제 때 이태원에 올 계획이었다"면서 "원래 네 명이서 같이 가기로 했는데 친구들이 올해 사람이 너무 많다고 가지 말자고 해서 안 갔다. 사고 후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 가서 다행'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정 씨는 "예전에 시위했을 때처럼 경찰 인력을 충분히 투입했거나 도로를 통제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 사람이 많이 올 거라는 걸 예측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사람이 많이 죽었는데 서로 책임 돌리기를 하는 느낌이 있어서 그냥 황망하다"고 말했다.

 

전라도 광주에서 온 김병수(50대) 씨는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함께 겪게 돼 가슴이 미어져서 오게 됐다"면서 "안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했는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동작구 노량진에서 온 이솔(20대) 씨는 "피해자 중 제 또래인 분들이 많아서 마음이 안 좋아서 분향소를 찾았다"며 "핼러윈 축제 때 이태원에 10만명이 모인다는 걸 예상했으면 좀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세세하게 준비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씨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일이 앞으로도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대비를 그만큼 충분히 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