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이 사상 처음 750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찾는 기업들이 급증한 탓이다. 금리가 빠르게 치솟고 있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부실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 기업대출 700조 돌파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 잔액은 10월 말 기준 757조705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688조1896억원)과 비교하면 10개월 새 69조5157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5대은행 가계대출 잔액(693조6475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올 들어 가계대출은 15조원 넘게 감소한 반면 기업대출은 매달 평균 6조9000억원씩 증가했다.
기업대출이 증가하는 이유는 올해 초부터 원자재 가격상승과 고환율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난이 전방위로 확산되자 대기업들까지 은행으로 눈을 돌렸다.
실제로 대기업 대출잔액은 107조1474억원으로 한달 사이 7조 204억원이 늘어 기업대출 증가액의 70.2%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650조5580억원으로 2조9799억원 늘었다. 채권발생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은행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계기업 14.9→18.6% 증가…부실우려 커져
다만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대출이 늘고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증가속도는 세계 35개 주요국 중 2위다.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은 1년 만에 111.7%에서 117.9%로 6.2%포인트(p) 늘었다. 베트남(7.3%p)에 이어 두번째로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한국기업의 부채비율은 홍콩(279.8%), 싱가포르(161.9%), 중국(157.1%)에 이어 네번째로 높았다.
한계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신용이 증가하고, 금리 상승과 환율 및 원자재가격 상승이 맞물릴 경우 한계기업 비중은 2021년 14.9%에서 올해 최대 18.6%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부실기업은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증가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회복 영향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한계기업 비중이 줄었지만, 올해 대내외 경영여건 악화로 한계기업이 상승하고 이들의 부실위험도 증가하고 있다"며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한계기업에 과도한 자금이 공급되어 이들의 잠재 부실이 이연·누적되지 않도록 기업여신 심사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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